3. 버티기

by 고병철

투자업계와 와서 투자보다 먼저 관리를 맡은 업체가 쇼핑몰이었다. 그때 CTO였던 분이 찾아오셔서 추석 연휴 전날 점심을 한 끼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큰애가 CMU에 갔다고 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신다. 가늘어진 서로의 머리카락을 보고, 90개 먼저 깨기 경쟁을 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IMF 때 졸다 망하신 디자이너 여사장님. 남은 재고를 홈쇼핑에서 한방에 처리하신 경험으로, 다음 유통은 인터넷이라 보고 99년 창업했다. CRT가 레알 색감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 감촉은 전달할 수도 없고, 업체마다 다른 치수 사이즈(좀 타이트하게 또는 넉넉하게 나오고) , 결국은 입어보고 만져보고, 비춰보고, 훑어봐야 살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방향을 패션(스타일)보다는 브랜드(할인판매)로 잡았다. 오프매장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 없고, 사이트 홍보만 잘하고, 상품만 싸게 확보하면 사업이 될 것 같았다. 사장님 네트워크가를 기반으로, MD들이 브랜드에 달려가, 될만한 물건을, 백화점 샵 메니져들보다 얼마나 많이 "빼"오느냐가 핵심이었다.


이거 돈이다 싶은 물건은 현금 주고 바로 확보해야 했다. 살 타이밍, 팔 타이밍 놓치면 재고로 남아버렸다. 결제 수수료, 물류비용, 배송기간, 환불 요구, 그리고 확장을 위한 창고 확보, 스튜디오 투자,,,, 10년 가까운 기간, 이사회에서 논의되었던 문제들이다. 버티고 버텼지만 (브랜드 할인처럼) 매각되었다.


한데, 지금은 "난다"를 비롯해, "스타일"에 집중한 업체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LCD 가 등장해 화질을 높였다. 소비자들은 메이커의 치수에 적응하고(저 브랜드는 어깨 치수가 좀 좁게 나와..), 브랜드들의 패션 스타일과 경험이 축적되었다. (나에게 저 메이커는 맞춤이야..) 패션 소비 패턴의 변화(그냥 한 시즌 입을 옷을 사는 거야), 다양한 스타일에 대한 수요, 그에 맞는 팬층 형성,,,,여기에 SNS, 셀카도 한몫했다.


이런 경향이 한두 업체만의 눈부신 노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HW가 발전하고, 소비자들이 경험을 조금씩 축적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생각지도 못한(기대하지 않았던) 사회변화를 기반으로, 시장은 임계치를 넘어 제이커브로 성장했다.


온라인 사업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능동적으로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 그들이 바뀌도록 "유도"하고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언젠가는 오게 되는 계기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절대다수의 소비자님들은, 반드시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만 바뀌신다. 그러니 10년쯤은 기다릴 수 있다고 마음먹자. 지금은 무엇이 핵심인가 고민하고, 그것에 집중하면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 내 일은 내가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