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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Dec 23. 2018

새벽에 길을 나서다.

집에서 우면동까지 평일에도 7시 너머 출발하면 1시간 걸린다.   

월요일이나 날씨가 궂은날은 더 일찍 나서야 한다.
 

6시에 일어나더라도 운동하고 샤워하고 아침은 간단하게 먹어도 시간이 빠듯하다. 

바쁘다. 느긋한 아침은 없다.  


출장 가면 오히려 아침이 돌아온다. 

호텔은 대개 일 보러 온 사무실에 가깝고,   

잠자리가 바꿔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다.


이 보너스 시간에 뭘 할까. 

책을 읽을 까, 운동을 할 까, 목욕을 할까. 

아니다. 집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하자. 

결론은 산책. 뛰지 말고 두런두런 걸어보자. 

낯선 곳에서의 새벽 산책은 그렇게 시작했다. 


5시 전후, 호텔 문을 나선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캄캄하다.
 

막상 나가려니 처음엔 귀찮았다. 외국에서는 두렵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왜 어둠 속으로 나를 밀어 넣어야 하나.
나 스스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뭔지 모를 어려움이 다가오겠지만 지레 주저앉지 말자. 

일단 보이는 어둠 속으로 걸어가자. 

지금 좀 안 보이더라도 별거 아니다, 

어쨌든 어둠은 사라질 거고 밝아질 거다. 

새벽 산책은 담대한 행동의 연습이고, 

"시간은 내 편이다." 이 메시지를 나에게 줬다.


그렇게 경험한 새벽은 묘했다.  

낯선 곳에서도 새벽은 캄캄하다.  

잡다한 건 보이지 않고 실루엣만 보인다.

낮과는 다르다. 다른 모드로 세상을 볼 수 있다. 


새벽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밤새 즐기던 사람도 새벽쯤엔 어디론가 사라지고 
또 하루를 미리미리 준비한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 사람들은 성실하다. 

쓰레기차, 청소원들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어느 도시나 그들은 성실하다. 

그들 주변은 안전하다. 여행자에겐 경찰이다.  


새벽 산책은 뿌듯하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걸으면서 새로운 걸 알게 된다.

호텔 구석에서 박차고 나와 새벽을 멋지게 시작했다는 느낌은 하루를 알차게 한다.


낯선 곳, 거기에서 새벽 한시간은 나를 다잡는 시간이 됐다. 

천천히 걸으며 보는 세상 구경은 선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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