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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Jul 08. 2018

유럽은 처음이지? II


로마, 그 가슴 뛰는 곳에 갔다.    


여행의 시작은 새벽이다. 낯선 곳에선 일찍 깬다. 4시쯤 일어나고, 6시에 호텔 주위를 산책한다. 1시간 정도 동네를 돌면 생활상이 들어온다. 아침을 준비하는 분주함은 생동감을 준다. 로마 테르미니역 주변에는 호텔 천지다. 깨끗한 수건 배달 차량들 사이를 지나가는 데, 동네 빵집에서 냄새들이 퍼진다. 어린 시절 밥 짓는 냄새 같다. 캐리어를 끌고 길을 나서는 부지런한 여행자들을 본다. 자유여행, 아침의 여유가 좋다. 그렇게 동네를 돌면서 지하철, 버스 정류장, 슈퍼, 빵집, 드럭스토어, 옷가게, 잡화가계, 카페, 레스토랑, 선물가게를 파악한다. 지하철 역도 여럿 알게 된다. 동네가 친숙해지고 남은 일정이 한결 편해진다.  



로마는 커피. 나보나 광장에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가득 넣고 마셨다. 첫 모금은 온전한 커피맛, 두 번째 모금은 설탕이 조금 녹으면서 어우러진 맛. 마지막은 끈적한 설탕, 당을 보충. 세 가지 맛을 즐긴다. 가격은 1유로, 단 서서 훌쩍 마시고 자리를 뜬다. 앉아 마시려면 4유로, 5유로다. 로마엔 스타벅스가 없다. 진출했다 철수했다. 그냥 어느 카페, 어느 커피도 좋다. 호텔에서 주는 봉지커피도 좋다. 마찬가지로 파리에서는 동네빵집이 최고다.



로마에선 시티투어버스. 본홍색 차는 한글 오디오 서비스도 된다. 서울의 도로는 6차선, 8차선, 10차선 이렇게 넓으나 로마는 대부분 4차선. 도로 주위로 쭉 이어진 건물. 시야가 편안하게 집중된다. 도시 자체가 박물관인 로마, 그 시내를 파악하기 딱 좋다.


여행 주목적이 관광이면 로마는 마지막 코스다. 노트르담, 몽마르트르 성당이 좋아도, 베드로 성당과 비교가 어렵다.  콜로세움의 역사를 따라갈 유적은 없다. 도시 곳곳에 늘린 돔 양식의 성당, 청동상, 너무 많아 흔해 보인다. 여길 먼저 보고 다른 도시에 가면 좀 싱거워진다.



바티칸 투어는 피곤하다. 작은 공간에 사람이 빽빽하다. 여행객들이 쭉 흘러가는 구조다. 공간의 자유가 없다. 다른 투어보다 거리가 짧아도 피로도가 높다. 그걸 감수하고도 봐야 한다. 바티칸을 따라갈 박물관은 없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정화, 아테네 학당, 조각상. 예술도 자본과 권위가 바탕이다. 교황을 따라갈 자본가, 권위자는 없다. 성모 마리아는 늘 파란색 옷을 입고 있다. 당시 파란색은 금보다 더 귀한 청금석을 빻아 사용했다. 그 소중한 색은 당연히 제일 귀한 분에게 칠했다. 빨간 색도 마찬가지다. 미켈란젤로가 천정화를 그렸다. 그림을 그릴 자세를 상상해봐라. 젊은 이도 오래 견디기 힘들다. 당시 염료는 중금속 덩어리. 요즘 같은 조명도 아니고, 눈을 바싹 붙여 봐야 했다. 노인 화가는 눈이 멀고, 그렇게 작품을 끝내고 죽었다. 그림은 종교 개척 물결 속에서 바티칸을 살리고, 미켈란젤로는 죽었다. 예술은 자본이자 종교, 신념이었다. 또 위험했다. 



베드로 성당은 위대하다. 엄청난 크기와 높이, 스테인글라스. 압도되는 신성한 분위기. 의자에 앉아 기도할 수 있다. 보안요원이 이야기한다. "킵 사일런스". 신자는 아니지만 잠시 쉴 겸 앉아서 고개를 숙였다. 감정이 오르고 눈물이 흘렀다. 줄줄 쉬지 않고, 격해졌다. 마음이 후련했다. 모스크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옥상에 기념품 가게가 있다. 거기서 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 좋다. 



콜로세움은 내부까지 봐야 한다. 아치형 구조가 이중이다. 바깥에서 볼 때도 아치형 구조, 벽 자체도 아치형이다. 무게를 잘 분산해 지금까지 무너지지 않고 있다. 보수할 때도 사선으로 한다. 층마다 기둥 양식이 다르다. 언제 증축된 건지 세월을 대변한다. 여기만 반나절 투어해도 좋겠다. 이야기가 무궁무진할 것 같다.


여행의 반은 날씨다. 관광하는 내내 날씨가 좋았다. 비행기 연착으로 하루 더 있을 때 비가 왔다. 이날 투어 하는 관광객들은 힘들었을 거다.  


유럽은 스테이크다. 특등급 고기가 한국보다 싸다. 맛있다. 담에는 하루에 한 끼는 스테이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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