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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Dec 23. 2018

새벽 산책 in 유럽

올해 다닌 유럽의 새벽을 생각한다. 로마, 베를린, 뮌헨, 파리, 헬싱키 모두 공기가 신선하다. 걸어 다니기 딱 좋다. 차로는 2차선 아니면 4차선. 신호가 없어도, 있어도 눈치껏 건널 수 있다.  


로마의 새벽. 테르미네 역 주변, 4일 내내 지나쳤던 골목 성당도 낮에는 헤리티지였다. 로마 관광의 중심지, 새벽에도 캐리어를 끌고 오가는 사람이 많다. 역 주변에서 멀어질수록 동네가 깨끗했다. 빵가게에서 크로와상 굽는 냄새가 구수하게 끌어당긴다. 그런 유혹에는 꼭 넘어가야 한다. 거기서 아무렇지 않게 내려주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도 환상이다. 별다방이 자리잡기 어렵겠다 싶다. 가격도 착하다.



베를린의 새벽. 아침에 흐리고 오후에 개고 며칠 동안 그랬다. 여기 사람들은  조금 내리는 거는 그냥 모자 눌러쓰고 다니는 정도.. 새벽은 음침했고 스산했다. 길가다 사람이 보이면  저쪽 편으로 건너갔다. 여자들도 덩치가 크다. 어슴푸레하게 보면 남녀 구분도 어렵다. 마주치지 않는  상책이다.


브란덴부르크 게이트까지 30분. 혼자 보는 유적지. 여유가 있으니 좋다. 이쪽에서 보고 뒤쪽에서도 보고, 가까이서, 멀리서 보고. 일본인 2 사람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 달랬다. 지들은 날 찍어 주지도 않고 그냥 갔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노숙자를 봤다. 놀래라 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종이 박스로 덮고 있었다. 베를린은 선진국 수도 중에는 가난한 것 같다. 동서독 나눠져 고립되어 뒤떨어진 살림살이가 느껴진다. 내 선입견인지 모르겠다만.



뮌헨 호텔은 외곽에 있었다. 분당 같은 신도시, 베드타운 느낌. 구글맵으로 보니 옥토버페스트 축제 광장까지 25분이다. 주택가라 상점 불빛도 별로 없다. 그래서 골목길은 가로등만 있고 어두웠다. 어둠 속에 지나는 사람이 있으면 반갑기보다 피하게 됐다. 휑한 옥토버 광장을 확인하고 호텔로 돌아와 조식 뷔페로 아침 해결. 좀 밝아지니 동네가 예뻐 보여서 2차 산책. 개천 길을 따라 걸었다. 자전거길, 산책길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아빠와 학교 가는 딸, 강아지와 산책 나온 아주머니 들. 이 동네는 평화롭고, 맑고, 기운찼다.      



파리는 올해 두 번 갔다. 4월에 갔을 때는 관광객이 많이 묵는 호텔, 오페라 극장 가까운 곳이었다. 새벽이라도 상점 불빛이 거리를 밝혔다. 유럽 다운타운은 거의가 주상 복합이다. 1층은 상점, 위쪽은 아파트 빌라. 도심이라도 사람 사는 마을이라는 느낌이 든다. 파리 시내라 명품 가게와 레스토랑이 쭉 이어졌다. 새벽이라도 걸어서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마보다 깨끗하고 안전했다.  


  

11월 출장에는 외곽 호텔에 묵었다. 2차선 도로에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고, 새벽엔 슈퍼, 빵가게 들만 불 켜져 있었다. 그 길 안쪽으로, 주택지로 이어진 길들은 어둡고 들어서기도 무서웠다. 여기가 보통 파리 시민들이 사는 곳인가 보다. 헤리티지가 있지도 아기자기 하지도 볼거리도 없는 산책이었다.



헬싱키 새벽은 활기찼다. 이른 시간에도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로등이 많고 상점 쇼윈도가 많이 켜져 있어 도로 바닥까지 환했다. 추운 나라라 노숙자도 없다. 공기는 맑고 차갑다. 폐까지 느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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