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9
오랜만에 김 사장님을 강남에서 뵈었다. 처음 만난 건 8년 전. 그때는 스타트업의 본부장이었다.
그 몇 년 전 KT가 아이폰을 들여오고, 스마트폰이 퍼져나갔다. 인터넷 시대에 홈페이지가 나타났고, 모바일에선 앱 비즈니스가 시작되었다. 스마트폰에 기대와 호기심이 충만하던 시절. 모두들 이 앱 저 앱 깔았다.
메시징 앱이 나오고, 게임 앱이 퍼져나갔다. 몇백만 다운로드, 국민앱들이 나타났다. 기업들은 우선 자사 홍보 앱을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앱으로 어떤 비즈니스가 되고 돈을 벌까. 거기서 맴돌았다.
어느 날 양재 엘타워에 갔다.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IR 행사. 민머리가 인상적인 사장님. 그 회사 앱이 꽤 팔렸다. 1달러씩 받아서 백만 달러가 넘었다. 글로벌에서도 흔치 않았다. 청년창업 초기 펀드 심사역에게 연락했다. 딱이었다. 거기가 주도했다. 계약서가 몇 번이나 오가고 결국 사인했다.
좀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계 창투사가 민머리 사장님을 욕하고 다닌다고. 알고 보니 사장님은 거 기하 고도 투자조건, 계약서 내용까지 모두 합의했다. 우리랑 사인하고서 결별 통보했다. 막판에 뒤통수를 때린 거다. 가슴이 철렁했다. 투자협상이란 게 끝까지 모를 일이라지만 듀얼 협상을 하고 있다 정도는 알려줄 수도 있었을 건데. 그랬다면 그렇게까지 분통을 터뜨리고 다니지는 않을 텐데. 원수지간을 만들었다. 언제 또 볼 지 모를 일인데 적으로는 만들지는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이런 스타일을 알았다면 검토를 안 했을 거다.
또 심사결과 이 회사에서 사장보다 본부장이 핵심이란 걸 알았다. 잘 키핑 하라고 투자계약에 본부장에 대한 처우, 보상을 넣었다. 이례적이었다. 그래도 잘 되지 않았다. 더욱 사업에 집중하려 했던 본부장과 빨리 엑싯하려했던 사장님은 몇 번 부딪혔다. 본부장이 그만둔다고 찾아왔다. 처우와 권한 개선을 권했다. 효과가 없었다. 본부장은 나가고 회사는 어려워졌다. 계획과 한참 멀었다. 시리즈 B에 가지도 못했다. 소문도 많았다. 누가 처남이네라는 둥, 와이프 회사까지 등장했다.
이후 본부장은 동남아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며 앱을 기획하고 팔았다. 신사업을 구상했다. 사업계획서 좀 봐달라고 판교로 찾아왔다. 좋았다. 윗분에게 보고까지는 했지만 투자는 접었다. 시큰둥했고, 실패한 투자의 핵심인력, 설명이 어려웠다.
지금은 핸드메이드 쪽에서 넘버원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종종 서비스 광고를 본다. 씁쓸하다. 찾아왔을 때 확 판을 뒤집었어야 했는데. 아니면 다시 창업한 회사에 꼭 투자했어야 했는데. 이후 유사한 건에선 과감하게 결정했다.
창업한 지 6년, 김 사장님은 여전히 성장만 고민하고 있다. 뒤돌아 볼수록 투자는 사람이다. 역량과 믿음이 검증된 창업자라면 다른 요소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