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2
한 엑셀러레이터를 방문했다. 이전에 뵀을 땐 판교였는데 이젠 사무실이 강남역 오피스텔에 있었다. 그 동네는 친숙하고 약속도 많다. 잘됐다 싶었다.
나는 12년 동안 강남역으로 출근했다. 2번 출구로 출근하고, 신분당선이 생기면서는 4번 출구로 올라왔다. 짙은 고동색 화강암 빌딩, 거기가 전 직장이었다. 창문 너머로 그 빌딩이 보였다. 전 직장에서 늘 보던 강남대로 반대편 큰 오피스텔 빌딩, 바로 거기였다.
그 오피스텔 빌딩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이후 신분당선이 개통되고, 삼성타운이 들어섰다. 지금 그 오피스텔 한채 있으면 꽤 든든하겠다 싶다. 늘 지나며 아쉽다 생각했다. 투자엔 다들 전문가들인 동료 중에도 분양받았네 샀네 하는 이야기가 없었다. 강남 아줌마들하고 비교되었다. 그분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과감하게 결정했다.
투자 전공이 다르다는 말은 핑계 같다. 부동산은 다들 관심이 많지 않은가. 결국 실행력의 차이 같다. 같은 사안을 두고 주저할 이유를 찾을 것인가, 한걸음 더 나갈 것인가 하는 선택 같다.
지난주 젊은 심사역을 만났다. 회사 시니어들이 요즘 스타트업 이해가 부족하다 아쉬워했다. 그의 포트폴리오가 부러웠다. 몇 스타트업들은 내가 수년 전 먼저 인연이 있었고 관계도 좋았다. 전 직장에서 투자했어야 하는데 아쉬워하고 있는 업체들이었다. 그때 나는 핀잔, 냉소, 면박에 기대서 접었다 싶다. 생각해보면 확신이 작았고, 더 파고들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한 투자사 사장님 말씀이 생각난다. 그분도 심사역이었다. 미치도록 하겠다는 심사역은 말릴 수 없다고. 이제 알겠고 정말 동의한다. 심사역은 합리적인 판단과 또 저돌적인 인파이팅이 필요하다. 둘 다 있어야 한다. 하나가 부족하면 힘들다. 젊은 심사역들여! 부디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적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