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0
몇 년 전 사장님을 판교에서 만났다. 창업자는 아니었다. 전문가로 영입되었다 경영까지 맡았다. 주주 간, 인사, 개발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처음 맡은 자리가 힘겨웠다.
그날 저녁은 족발로. 다량의 콜라겐으로 힘내시라며 대접했다. 왜 이렇게 힘들죠, 해결했다 한숨 돌리는가 하면 뭔가 또 나타난다 했다. 이번 문제는 너무 어렵다 했다. 지분은 투자자들이 더 많은데, 이거는 해결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뭐라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어이가 없다 싶다가, 또 그런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짠 판이 아니니 낯설 것이다. 눈물이 보여 손수건을 건넸다. 많이 더럽혀졌다.
그날은 원망 듣는 날로 정했다. 그도 누군가에게는 넋두리를 해야지, 병나기 전에 말이다. 오히려 찾아와 속마음을 보여줘 고맙다 생각했다. 사회에서 솔직해진다는 게 얼마나 어렵나. 민감하고 중요할수록 감추고 감싸고 누르는 데. 한바탕 풀어놓고 가는 기질이 부러웠다. 이제 나와 공동의 문제가 되었다. 같이 고민했었다.
최근에 뵈었다. 회사는 안정되고 매출도 늘고 순익도 쌓이고 많이 좋아졌다. 그 문제는 좀 나아지긴 해도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이젠 무시되고 있다.
창업자, CEO의 필수 자질 중 하나는 스트레스를 누군가에게 던져 주는 것, 나누는 거라 생각한다. 반대는 꾹꾹 눌러 놓는 것, 또는 나 몰라라 외면하는 거다. 그들은 몹시 외로운 직업이다. 온 짐을 혼자 짊어진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앓다간 병난다. 스트레스엔 장사 없다. 어차피 혼자는 해결 못 할 문제 툭 터놓고 말해보자. 그럼 같이 고민한다. 운 좋으면 누군가가 해결한다. 악용되면 어떡하지, 감추고 끙끙되면 그전에 스르르 망하기 십상이다. 힘든 상황일수록 문제를 직시하고 드러내는 용기와 배짱, 그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