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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Feb 01. 2020

홋카이도 2015

회사 25주념 기념으로 삼삼오오(직원들끼리) 배낭여행을 간게 2005년(?), 10년이 지나 다시 직원과 북해도로 여행을 갔다왔다. 막연히 듣던 홋카이도에서 생각된 것을 몇가지 적어본다.


우선, 부럽다 일본이. 남한의 3/4 크기로 삿뽀로를 제외하면 사람을 보기 드문 큰 섬이자 대자연 북해도가 있다. 국가던 사람이던 밑천이 있으면 잘 살기 어렵지 않다. 본격적으로 일본령이 된지 채 200년이 안되는 것 같은데, 혼슈와는 달리 북쪽에서 이동해온 섬이라 시베리아 불곰이 사는 등 식생도 다르다.(우리나라와 혼슈는 반달곰).. 다양성 면에서도 복덩이다.


눈이 많은 곳이라 특이한 시설물이 꽤 있다. 도로 머리 위의 화살표는 눈으로 차로가 덮였을 때에도 길을 안내하는 길잡이고, 도로 옆에 눈높이를 재는 표시봉이 곳곳에 있다. 눈이 길 쪽으로 쓸려 내려오지 않게 구조물이 있고, 구비진 도로에는 지붕도 있다. 눈이 많다는 걸 생각못하면 이해하기 힘든 시설물이다.  



노령화 사회가 곳곳에 보인다. 할아버지 같은 기사님이 운행일지를 꼼꼼히 쓰시고, 엘리베이터에도 의자가 있다. 심장 응급 장비는 호텔 로비마다에 비치되어 있고. 라멘집 서빙하시는 분도 나이가 휠 많은 아저씨다.


이제 일본 경제가 좀 살아나나?? 가이드가 하는 말이 온천 관공지에 내국인이 많지 않은데, 이번엔 꽤 많은 편이라고 한다.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다 보다. 삿뽀로 시내는 월요일 저녁 11시인데도,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왁자지껄하다.


그리고, 정찰제 사회다. 토산품점이나 호텔로비나 면세점이나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 어디에서 사도 크게 억울하지 않다. 또, 길거리에는 두꺼운 파카도, 반팔 차림도 옷차림이 다양하게 자기 상태에 맞게 입는다. 지난 1월초 가본 샌프란의 시내 모습과 흡사하다.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남의 시선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낮다. 그런 곳이 선진사회라 생각된다.



하루에 몇개의 계절을 보는 듯. 조잔케이 온천 계곡의 멋진 단풍. 북해도의 후지산의 웅장한 자태. 둘레 43키로의 칼데라 도야호수를 멀리서 보고 저푸른 평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까지는 청명한 하루였는데, 도야 호수안의 중도로 가면서 먹구름이 끼고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바람도 차가워짐. 빗속에 아직도 용암이 부글부글하는 어린 40살의 신산은 자신의 존재를 다량의 수증기로 보여줌. 어슬오슬한 기운을 이제 온천으로 다스려야겠다.



온천 표시가 목욕 세번이라는 가이드의 말도 있고, 유카타만 입고 현지인 흉내내다 살짝 어실어실하기도 해서 새벽에 온천에 갔는데 대박. 노천탕에 앉아 별을 보는데 생각이 없어졌다. 열도인들은 단풍구경을 도라이브로 한다. 산을 뒤덮은 자작나무 군락은 눈이 내리면 에니메이션에서 나오는 풍경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1000 미터 이상의 고원을 달려 유황 시냇물에 족욕하고 유황지옥 호수를 보던 예정에 없이 편안했던 트렉킹은 일행 10여명이 나눠지며 이번 여행이 밋밋했던 우리에겐 어드벤처, 가이드에게 지옥을 맛보게했다. 



민속마을에선 가부키쇼 보다는 닌자쇼. 이후 도착한 삿뽀르는 작은 동경이다. 시내를 구경하고 구글맵으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밤 10시에 웬 긴 줄. 니방메(2등)는 된다는 말에 그냥 갈 수 있나. 라멘집 유키카제에서 좀 짠듯하지만 깊은 국물과 부드러운 돼지고기로 하루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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