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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Feb 09. 2020

후쿠오카 2016.05

딸내미와 함께 한 지난 일본 여행에서 몇 가지...


일본말을 전혀 못하는 한국 여중생은 한국말로, 한국말을 더 모르는 백화점 여직원은 일본말을 했다.(약간의 영어는 추임새) 두 여인은 BAOBAO BAG이라는 콘텐츠를 두고, 묻고, 설명하고, 보여주고, 웃고, 칭찬하고, 감사해했다. 재미있었다. 자연스러웠다. 공유, 공감할 관심사, 관련된 목적이 있다면, 형식은 문제가 안된다.

동경, 삿포로, 이번에 후쿠오카. 지하철, 쇼핑몰, 호텔, 편의점, 드럭스토어, 거리의 구조. 규격화된 모습. 도시설계에 교본이 있다면 동일 버전인 듯. 지명만 빼면 같은 느낌이다. 프랜차이즈가 장악한 거리는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 같기도.. 하여튼 도심지는 작은 "긴자"로 정규화되어서, 웬만한 쇼핑이라면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되겠다 싶다.  


숙소가 가장 번화한 곳에 있었다지만, 대형몰들이 많은데, (대전, 수원, 성남에 이런 쇼핑명소가 많을까??) 후쿠오카 150만 시민들이 다 먹여 살릴 수 있나 궁금하다. 소득이 높고, 물건 값도 높고, 그래서 조금만 팔아도 가능한 건지.. 한국과 중국 관광객이 일조하나 싶은데..(아.. 텍스프리는 정말 편하다.)


캐릭터의 나라. (오죽하면 브랜드 없음을 강조하는 MUJI가 자리 잡을까)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상품이라고, 여중생 눈이 휘둥그레진다. 캐릭터는 감성적 포장지다. 포장에 대해서는 따라갈 곳이 이 지구에서 없다. 일본은 물건을 잘 만드는 거는 오랜 전에 1등이었다. 또 물건에 붙일 의미(콘텐츠)도 잘 만든다. 이게 결합되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부럽다.


항구에 큰 여객선이 정박해 있었다. 내 할아버지가 해방을 맞아, 할머니, 어린 아버지와 귀국선을 타신 곳이 아마도 후쿠오카일 거다. 윤동주 시인도 여기다. 이제 70년도 지났다. 세월은 빠르다.




어제 못 먹은 튀김 집으로, 새우 살이 살아있다는 맛. 둘째도 따봉!

자판기에서 튀김 정식, 에비 정식 쿠폰을 사서, 바깥쪽에서 빙 둘러앉아 대기했다. 줄이 금세 벽을 다 채웠다. 자리가 비면 순서대로 안쪽 테이블로. 대기 손님들은 벽을 따라 줄을 당겨 앉았다. 시스테므다.


혼자 온 손님이 한둘이 아니었다. 점심때 이치란 라멘 집은 독서실 같은 칸막이까지 있었다. 여긴 나 홀로 식사가 어디 가나 자연스럽다.  


사회가 변해서, 편리함 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테고 자연스러워 안쓰럽다는 생각은 없었다. 우리도 더 이렇게 되겠지. 옆자리 사람에게 말이라도 걸고 받아줄 수 있다면, 그나마 좋지 않을까 싶다.



늦은 저녁을 하러 호텔과 가까운 튀김집을 갔더니, 손님은 꽉 차있고, 주인은 친절히 클로저 드라고. 2차 후보지 교자 집으로.. 거기도 꽉 차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딸과 같이 온 아줌마와 합석을 했다. 뭘 주문할지, 아줌마에게 여긴 처음이라고 추천을 부탁했다. 교자와 야끼누시(볶음밥). 퍼펙트한 선택이었다. 교자를 한사라 더 시켜 반을 나눠주시고, 서울에서 간장게장을 드신 적이 있다고. 여섯 살 남짓한 딸이 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들어 보였다. 서툰 일본어에도 저녁이 유쾌했다. 그쪽도 재미있었는지, 귀여운 딸내미가 "감사합니다"를 한다. 자리를 뜰 때는 접시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갔다. 따라 했다. 좋아할 수 없는 나라에, 사람들은 이리도 친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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