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가족과 처음 간 상해
첫날.
중국이라곤 처음 온 애들. 상해의 먼지 낀 뿌연 날씨에 코를 막는다. (비정상회담) 장위안이 서울 공기가 좋다는 말에 백 퍼센트 공감. 춘절 연휴에 주방장이 고향 갔는지 식당(비펑탕)에선 두 시간이 넘도록 주문한 음식이 다 나오지 않았다. 애들과 그 친구들은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복무원들은 조용하고 담담하다. 입구엔 대기하는 손님이 줄을 잇고 다른 테이블의 중국인들은 몇 시간째 떠들며 즐기고 있다. 춘절 풍습인 폭죽은 대포소리, 따발총 같이 귀를 울리는데, 밤이 샐 것 같다.
이런 풍경 속에 애들은 분당에서 그랬듯이 친구들과 보드게임 블루마블에 심취하고, 와이프는 수다로 친구와 밤샐 것 같다.
이왕 왔으니 애들이 가까운 중국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면 좋겠다.
둘째 날.
따뜻한 커피 한잔과 소문난 신선 생과일주스를 탐닉한 대가가 크다. 인민광장 상해박물관의 오픈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놓치니 1시간 동안 줄 서야 했다. 애들이 질려버렸다. 배는 출출하고, 눈여겨본 털개찜 식당으로. 아뿔싸. 인기 식당. 점심 영업 끝났다고 5시에 다시 오란다. 이제 만만했던 식당들도 자리를 잡기가 어렵다. 애들이 말했다. 여기 식당은 길목만 잡으면 무얼 해도 사람이 미어터질 것 같다고. 실제로 그렇다.
허기를 면한 후, 둘째의 바람대로 동양 최대의 수족관에 갔다. 사람이 얼마나 많을 수 있는지 다시 감을 잡았다. IFC, 마천루에서는 중국도 깔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깨끗한 환경과 일관된 환승 시스템으로 초보자도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지하철. 숙소로 돌아와 애들이 좋아하는 통닭 배달을 시도하다, 한국이 야식과 배달의 천국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셋째 날.
상해 여행 3일 차. 가이드로 임명된 막내의 태업. 오전 늦게야 임시정부청사에 도착. 난 십 년 만. 처음인 애들 짠한가 보다.
전에 왔을 땐 후미진 곳이었다. 이제 지하철 10호선 도보 3분의 황금 역세권이다. 신천지라는 지하철역 이름처럼 바로 길 건너는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역설적이게도 재개발과 철거의 리스크가 상존해졌다.
맛과 가격에서 성공적이었던 현지식 점심. 이후 찾은 예원은, 일단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에 떠밀려 주위를 한 바퀴 돌고서야 후문으로 겨우 입장. 바깥보다는 한적한 공원을 산책했다. 유난히 길게 줄 선 길거리 음식에 호기심으로 접근했다... 음... 딸내미들이 작은 교훈을 얻었다. 한 개 30위엔 부르는 기념품을 20위엔으로 두 개 사는 모습. 잠시 혼란스러웠을 거다.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찾은 신천지의 슈퍼마켓은 홍콩 삘. 과일 사려고 들른 숙소 인근의 까르프에서 수많은 로컬 제품을 봤다. 현지 제품이 과거의 멸시를 벗어나고 있다.
종합.
그동안 출장으로는 상해의 한정된 공간만 바라보다 이번에 여유롭게 시내 몇몇 곳을 본 내 느낌이다.
이전에 비해 도시의 인프라가 상당히 개선되었다. 시민의식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정확히는, 발전한 곳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가 편차는 더 커졌다고 보인다.
지하철은 서울, 도쿄에 비해 저렴하고 편리했다. 서양 할머니들이 IFC 쇼핑몰, 신천지 카페에서 친구들과 즐기는 모습은 세계적인 상해의 번화한 모습이다.
데이터(로밍) 속도는 시속 90km 이상의 도시고속도로 위에서도, 내가 주로 이용한 2호선, 10호선 지하철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상해시민들도 서울시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전에 비해 신호등을 존중하는 수준도 쫌은 높아졌다. 아직 터프하긴 해도 택시 기사 태도도 나아졌다. 식당별, 종업원 개인별 서비스 차이가 컸다.
직불카드를 사용하고, 신용카드가 사용되지 않아 현금을 사용해야 하며, 그나마 신용카드를 받았던 SWFC 전망대 티켓에서는 VISA를 받지 않았다.
3차선에서 대기하다 신호가 떨어지면 유턴하는 모습은 낯설었다. 직진신호에 비보호 좌회전하는 로컬룰은 잘 숙지하고 길을 건너야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황사는 북경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상해까지 왔다. 점점 더 남쪽으로 가지 않을 아.. 이게 되돌리기 힘든 중국의 위험요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