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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Apr 21. 2021

엄마 찾아 삼백키로 2021.04.17

2021.04.17


지난주 현풍 다녀왔다. 동생도 누나도 마음이 같았다. 지난번엔 오송역에서 만났다. 이번엔 김천구미역에서 보자 했다. 날을 미리 정했어야 하는 데. 수서에서 가는 기차는 표가 없다. 만남의 장소을 바꿔야 하나. 미뤄야 하나. 궁하면 통한다. 브레인과 손가락이 움직였다. 일단 수서에서 천언까지 간다, 머떻게든. 거기서 KTX를 타자. 기차 편이 많다. 수서에서 서서라도 또 몰래라도 가야 할 판인데 마침 좌석이 나왔다. 땡큐. 누나와  동생은 대전에서 한 차로. 


엄마 아버지 산소는 아무 일 없다. 윗대 산소 상석이 비뚤어지고 계단이 앞으로 쏠리고. 이 땅덩이도 내적 갈등과 스트레스받나 보다.


누나가 꽃과 음식을 가져왔다. 대전서 산 쿠키, 파이. 담엔 서울서 제일 맛있는 마카롱 가져오겠다 큰소리쳤다. 


번식력 강한 야생초가 장악 직전이다. 호미 삽으로 큰 놈들 제거, 잔디 군단을 지원했다. 삼십 분 했나. 땀이 줄줄 흘러내릴 태세다. 오십견 왼쪽 어깨로 더 할 수도 없다. 골프 치려면 잘 보존해야 한다. 


노동의 대가는 뭘로 할까. 비자발적 장기 가치 글로벌 투자자가 된  누나가 비트코인 보유자인 내게 한우를 쏘라고 넌지시 말했다. 동생은 어느 고깃집 살치살이 좋다고 멀지 않고 시간도 충분하다고. 그땐 참 빠른 검색. 닥쳐주세요. 곰탕입니다. 엄마하고 같이 갔던 저수지 옆 신흥 맛집. 거기로 간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각자 집에서 비육 중인 곰둥이용 수육은 내 사비로 포장해 드리겠다는 보상안도 얹어서.  엄마는 늘 보통 곰탕만 먹었다. 포장해서 집에 두고두고 드셨다. 근데 누난 꼬리곰탕. 담백하고 살도 안 찐단다. 동생도 덩달아. 제일 비싼 거다. 그럼 나도. 엄마가 사주는 건데 비싼 거 먹자는. 그러자. 


그다음 코스는 한훤당 고택 카페. 엄마와 다 같이 마지막이 돼버린 2년 전 생신 모임에서 갔던 곳. 작년 코로나. 그것도 사월의 대구는 접근 금지구역.  지금 그 카페는 사람이 많다. 눌렸던 외출 욕구 발산하는 듯. 그래 시간 지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추억이 재산이다. 


우리 삼남매 머리를 모았다. 울 엄마가 뭘 좋아했지. 뭘 맛있게 먹었더라. 어디를 가고 싶어 했나. 무슨 노래를 불렀니. 어떤 옷을 좋아했지. 아는 게 없구나. 영덕대게는 아버지가 감탄하며 드셨는 데 엄마도 좋아했겠지. 내가 결혼하고 비슬산 산장으로 삼촌 고모 다 가셔 거기서 노랫판이 깔리고 마지못해 마이크 잡더니 한곡 수줍게 괜찮게 뽑던 장면만 생각난다. 장기기억소자에 너무 깊이 박혔나 통 검색이 안된다. 누나 동생 인간 클라우드에도 없단다. 우린 엄마에 대해 아는 게 뭔가. 뭔가 말이야.  


유튜브에  부활 에피소드가 있다. 리더 김태원이 거쳐간 보컬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한다. 김종서. 이승철. 김재기 김재희.  박완규. 장동하. 노래가 주옥이다. 각 보컬에 맞게 노래도 만들고 주문한다. 내게 불멸의 곡은 “희야”. 팔칠 년 대학생 새내기 자체  환영회 때 키 작은 파마머리 서울 여학우가 쇳창했던. 그땐 그 노래를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는 걸. 


희야. 불러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황영희 여사님. 영희 씨. 그곳에서 간간히  날 봐주세요. 잘 사니 걱정 마시고. 내가 한번 외쳐볼게요.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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