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을 만났다. 항상 단정하다. 십수 년 전 관리하던 업체에 다니셨다. 통신 IT업체였다. 기대에 못 미쳤다. 몇 년 전까지 친구 회사 임원이셨다. 거기서 상장도 성공했다. 경쟁과 원가상승에 재무 임원으로 한해도 편한 날이 없었을 거다. 그만두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랜만에 연락드렸다. 반갑게 만나 중년의 수다를 풀어놓았다. 몇 개 업체에 파트타임으로 일하셨다. 적자와 상폐를 걱정하지 않아 좋다고. 실적이 빠르게 상승하는 회사를 소개했다. 다녔던 회사가 크게 성장하지 못한 걸 못내 아쉬워하셨는데 여기서 멋지게 일해보시면 어떠냐 말씀드렸다. 은퇴 후에도 자랑할만한 전직장을 가져보시라고.
출근한 지 일주일 되었다. 그만두셨다. 무슨 말이라도 들어봐야지, 차 한잔 했다.
먼저 말씀을 꺼내셨다. 위로 굴러온 돌이 좋기야 하겠냐만 본부장은 마주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했다. 눈치를 보는지 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자발적인 협조는 언감생심. 수년 전 감사보고서만 주더라. 입사에 필요한 자료 목록을 달라해도 감감. 경영팀과 뚝 떨어진, 집중할 수 없는, 배려 없는 공간배치. 그럼 외부 금융기관에 인사라도 하러 갈까 해도 명함이 아직 없었다. 카톡으로 이러저러한 자료를 요청했는 데 읽는 둥 마는 둥 아무 반응이 없다. 50 중반에 이렇게 힘겨루기 하기도 싫고, 내부 분란만 일으키겠구나, 빨리 결정했단다. 물론 그분만의 이야기다.
회사는 따듯함 부족 그분은 인내심 부족. 인재를 맞이 하는 일. 그게 그분이 앞으로 해야할 일이었는데 적절한 상황이 아니었구나 생각한다. 이 또한 성장하는 과정이다.
인재를 영입하고 키핑 하는 일. 기존 인력과 조율하는 일. 어렵지만 중요하다. 담당 적임자가 아직 없다면 창업자 밖에 없다. 내부의 마음부터 잡자. 조금만 더 신경쓰자. 그 조금이 시간을 벌고 의욕을 높이고 결정을 바꾼다.
바깥일을 잘 못하면 내년이 위태롭다. 성장이 본격화되면 안살림도 그만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