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과 행사가 취소되는 중에 IR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발표자와 심사자가 4미터 정도는 떨어진 배치. 심사위원들도 한 칸씩 떨어져 앉았다. 모두 마스크를 준비했고, 손세정액을 쉬는 시간마다 발랐다. 발표 5분, 질의응답 20분씩, 총 5팀이 발표했다. 몇 가지 느낀 점을 공유한다.
우선, 5분 발표는 30분 분량을 5분에 빠르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한 발표자는 유난히 장표가 많았다. 발표 시간을 30분으로 알았다고 했다. 이걸 5분 안에 하려니 빨리 설명하고 장표를 휙휙 넘겼다. 심사위원이 화면을 보고 내용을 파악할 새도 없이 넘어갔다. 어지럽다. 화면 어디를 봐야 하는지 포인터로 가리키던지, 장표에 아예 체크를 하던지, 보조행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30분 발표와 10분 발표, 5분 발표는 다르다. 5분은 전체를 이야기하기 부족하다. 핵심 강점을 이야기해 흥미를 당기면 성공이다. 도입과 결론 간결해도 좋다. 30분 발표는 다른 흐름이다. 전체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 즉 5분 발표는 30분 발표를 시간적으로 축약한 게 아니다. 다른 스토리,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연습하고 발표하자. 티가 바로 난다.
리허설을 안 해 보고 발표를 했다. 누구도 한 번에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 어떤 내용으로 말해야 하는지 계획이 없으니 발표가 중구난방이다. 스스로 불안하다. 태도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건들 건드리다. 내용을 차지하고 거슬리는 모습이다. 심사위원이 집중해서 듣는 데 방해한다.
시장의 규모보다 중요한 건, 경쟁력
개인적으로 프리-A 투자, 시드 단계 투자유치에서 시장규모 예측에 과도하게 공을 들이는지 않았으면 한다. 게다가 부실한 구색용 장표는 더 의미 없다. 이 단계에서 시장 추정은 대부분 맞지 않다. 부실한 추정은 없으니 못하다. 큰 시장은 많다. 대개 남의 떡이다. 현재 단계에서 당면 과제는 시장에 진입할 경쟁력이 있는 가이다. 차라리 강점에 대한 장표를 추가하자.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은 살아남아 큰 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 단계를 거친 시리즈 A, B, 프리-IPO, 후기로 갈수록 시장규모는 정교해야 한다.
자기가 적임자임을 이야기하자. 스타트업은 사람이라 하는데, 아이템보다도 사람이다. 아이템은 바꿔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 본질적인 경쟁력이다.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통해 뼈아픈 학습을 했는지.. 이 섹터를 투자한다면 이 사람이 최고다 이런 느낌은 있어야 한다. 이런 개 똘아이, 얘라면 뭐라도 하겠다 느낌을 줘라.
심사위원의 집중력을 믿지 마라.
중요한 내용은 반복해도 좋다. 두세 번째 IR로 넘어가면 심사위원도 집중하지 못한다. 딴생각으로 빠질 수 있다. 그때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면 전체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중간에 한번 더 리마인더 시키거나 중간 정리로 중요한 부분을 반복 이야기하라. 물론 너무 많거나 노골적이면 역효과다.
심사위원들도 초보자다. 기본적인 용어나 기초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 핵심 부분 주요 단어는 설명하자. 초보 심사역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심사위원도 5분 발표, 완전 초기 단계 심사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이런 장표가 있어야 한다, 저런 장표를 추가해야 한다고 멘트. 그럼 전체 30분 발표 분량이 된다. 잘할 수 있는 포인트를 본문에, 그 외 부분은 참고자료로 배치해 질문에 대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