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한 방울이면 구정물.

by 고병철

좀 알게 되면 창업자는 빠지지 않고 "사람 추천"을 부탁한다. 어떤 창업자는 "개발자 구함” 전단지를 테헤란로 이면도로에 뿌렸다. 피식했다. 믿기지 않지만 효과가 있다 했다.


뽑고 나서도 문제다. 직원 50명인데, 몇 년 새 퇴사자는 그보다 훨씬 더 넘는 데도 있다. 참 걱정이겠네 했는데, 초단기 근무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또 뽑는 수고는 있지만 걸림돌이 죽 치고 있는 게 더 낭패라는 거다. 얼마 전에 만난 창업자는 모셔왔지만, 선배를 내보냈다 했다. 몇 년 만든 소스코드를 다 날리는 것을 감수하면서.


가끔 보는 리멤버 커뮤니티, 요즘 베스트 글 1번은 "직원이 스스로 그만두게 하는 방법 아시는 분"이다. 댓글이 백수십 개 달렸다. 경영자한테 고민이고 큰 관심사인 게 분명하다.


나도 종종 물어본다. 어떻게 인력관리를 하는지.


공통적으로 나오는 테마는 자율. "수직", "통일", "관리"에 반대되는, "자율"에 대한 이해다. 직원을 관리 대상으로 보고, 수천 명을 특정 인재상으로 획일화한 대기업 체계, 그런 비효율을 극복하려고 스타트업에는 다양한 자율적인 문화가 있다. 여기엔 책임도 따른다. 한데,,,


어떤 회사는 공격적 채용으로 적자가 컸다. 그래서 실적이 미달하면 팀 존폐를 결정하기로 하자 몇 직원들은 아예 포기했다고 한다. 성공하지 못한 스타트업으로만 돌고 돌았던 경우 더 그렇다. 또 다른 곳에서는 한두해 성과가 부족한 직원들 한테 업무 절차를 팀장 관리하에 정기적으로 피드백받자 스스로 퇴사했다고 했다. 대기업도 아닌데 자율성마저 통제받기 싫다는, 꿀만 빨겠다는 심산인 거다. 이런 분은 빨리 정리하는 게 정답이다. 더욱이 혼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잉크 한 방울이면 물은 금방 흐려진다. 다시 맑게 하려면 수십 배의 물도 부족하다.


스타트업도 회사다. 과정은 자율이라도 결과까지 "자율"은 아니다. 책임과 자율은 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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