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눈물이 납니다. 이번 주말에 가야지 했는데, 유품 정리하러 가게 되다니.
팔순 노인네가 길 건너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몸이 많이 상했는 데도 "집에 갈란다" 하는 미련한 분입니다. 친한 동생한테 얼른 병원에 가봐달라 부탁했습니다. “야야 말로 왔니. 난 괘안타” 하셨답니다.
고속도로 달리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다가, 좋은 것 하나 맘대로 해보지 못했고, 편한 길 한번 못 가봤는데 마지막까지 내가 힘들게 하는구나. 누나, 동생이 옆에 있었으니 됐다. 내 욕심이다 그만 편히 보내드려야 하는구나 생각 들었습니다.
제일 큰 방 잡았습니다. 거기에 국화꽃 향내로 가득 채웠습니다. 10년 전 아버지 가실 때 “영감 가는 길에 호강하네” 하셨거든요. 때늦은 호사 한번 누려보시라고요. 제 맘은 그랬습니다. 여러분이 도와주셔서 여러분 덕분입니다. 아버님이 가셨을 때는 그래도 어머님이 계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눈물로만 기억됩니다. 엄마 고맙고 미안해.
저는 이제 언제고 맘대로 전화드릴 분이 없습니다. 슬퍼서, 기뻐서, 아파서, 기분 좋아서, 비가 와서, 날이 좋아서, 심심해서, 기분 나빠서, 아침이라서, 저녁이라서, 꿈을 꿔서, 어느 때고 전화받으세요 했는데. 그때마다 "철아! 밥은 묵었나" 했던 목소리가 이젠 없습니다.
여러분, 지금 전화기를 드세요. 버튼 한 번이 눈물 한 방울입니다.
시절이 그래서 미처 못 알리고 하루만 문상받았습니다. 섭섭타 마시고 혹 미안해 마세요. 먼길 와 주시고 위로 말씀 주시고 어머님 가는 길에 꽃길 놓아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천천히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