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쫓지 말자. 될 인연은 된다.

by 고병철

대마불사. 투자에서도 크게 투자를 받으면 쉽게 망하지 않는 다고 믿는다.


A회사는 글로벌 영어 교육 브랜드로 13개월 교육비 260만 원을 한 번에 받았다. 프리미엄 전략이다. 지점을 8개로 확장했다. 매출 85억, 영업익 -32억에서 다음 해 매출 251억, 영업익 42억으로 성장했다. 프리미엄 시장을 굳히기 위해 지점을 15개로 늘리려고 했다. 70억이 필요했다.


사장님은 글로벌 IT기업 출신으로 동료의 전 직장 선배였다. 믿을 만했다. 탄탄한 상장사가 대주주였다. 성장세, 사업계획, IR. 흠잡을 데가 없었다.


투자기관들이 줄을 섰다. 증권사가 주관사가 되어 서면으로 투자제안서를 받았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시장도 보고, 업황도 보고. 우선주로 주당 6만 원으로 정했다. 좀 약했다. 막판에 주당 6.5만 원으로 올렸다. 마지막 날 직접 방문했다. 또, 왜 우선주인지, 왜 이 가격인지, 리스크도 정중하게 설명했다.


10개도 넘는 곳에서 제안했다. 예상대로 더 지른 데가 있었다. 주당 7.5만 원. 그때가 11월이었는데, 연말까지 납입하는 조건으로 다른 콘소시움이 우선협상자가 되었다.


한데, 해가 바뀌었는데도 클로징 소식이 없었다. 예상대로 수강료에 대한 회계인식이 문제였다. 처리방법에 따라 매출과 손익의 크게 변했다. 당해의 손익은 -19 억에서 +60억으로 변할 수 있었다. 우선협상자는 손익과 연동해, 주당 단가를 하한 30,000원, 상한 85,000원으로 조정하자고 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반가운 메일이 왔다. 우리 회사와 협의하고 싶다고.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가격은 내려갈 것이고, 약속한 기간 동안 다른 회사와 협상하지 않기로 했다.


주당 5.5만 원으로 정했다. 순익에 따라 낮아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낮았다. 받아들였다. A사, 모회사와 계약서 협의도 끝냈다.


어느덧 5월이었다. 마침내 끝나나 싶었는데,,,, 협상 종료 통보를 받았다. 글로벌 본사의 의견이라고 했다. 투자단가도 불만이고.. 어이없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야기한 것이 다 뭐였나.


황당하게도, 얼마 뒤 다른 창투사가 투자했다. 주당 6.5만 원으로.


비즈니스가 이런 건가 싶었다. 강력히 드라이브한 동료는 정말 미안해했다. 깨끗이 잊어야지 별 수 있나. 그는 믿었던 지인이 얼마나 섭섭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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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화위복이었다. 금융위기는 프리미엄 시장을 없애버렸다. A사는 그해 영업익 -16억, 다음 해 -60억을 기록했다. 구조 조정했다. 사명을 바꿨다.


경영이 악화된 모회사는 자금 확보를 위해 A사를 대주주에게 매각했다. 매각 가는 투자단가와 비교도 되지 않았다.


투자한 창투사도 주인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A사는 지금도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상장했다는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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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과정도 결과도 허탈했다. 몇 번이나 웃고 울었나. 끝나야 끝났던 이 딜은 많은 것을 가르쳐 줬다.


좋다고 너무 좋아할 것도 아니고,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실망하지도 말라고 했다. 결과는 멀리서 보면, 하나의 과정이다.


또 하나, 최선을 다하지만 선을 벗어나지는 말아야 한다. 뻔한 무리수는 던지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다 손실이다. 성실한 제안은 이번이 아니어도 다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투자자는 꼭 알아야 한다.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시장에 대해서는 겸손해야 한다. 시장은 대마도 죽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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