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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Dec 19. 2021

176. 삶에도 첫눈이 내리면

2021.12.19

첫눈이 왔다. 패인 발자국도 도드라진 언덕도 하얀 눈으로 덮였다. 오늘 태어난 생명은 이게 원래 세상이겠다.


화려한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수백억 펀딩, 기업가치는 수천억 너머 수조까지.


첫 매출, 첫 펀딩에 하루하루 희비가 엇갈리는 창업자들이 수만 명이다.


번데기 적이 다 있다. 차고 차이면 생각이 환골탈태한다. 앞가림 하기 급급했는 데 새벽이 밝아온다. 한번 맞은 매는 두 번째도 아프지만 죽을 것 같지는 않다. 일희일비가 희희낙락으로, 무덤덤으로.


밝은 볕이 드는 창가에서 창업자와 커피를 마셨다. 흰머리카락이 많았다. 괜찮다 나는 빠져 비는 게 걱정이다 했다. 사람이 들고나는 것에 그러려니, 원래 그런 것인 단계로. 애들은 크는 데 수입은 반토막, 집에서도 위로가 반으로 줄었다. 나도 그래 했다. 금슬 좋은 부부는 아마 어느 한쪽이 전생의 큰 죄를 이생에서 속죄하는 걸 거야. 교과서는 세상에 드문 이야기만 모은 거라 덧붙였다.


다시 시작하면 잘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럴 수는 없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 삶에도 지난밤에 눈이 내려 쌓였다 생각하면. 자잘한 실패 실수는 잊어버리자. 어제에 연연 말고 앞으로 잘하면, 그게 조용히 소복이 나를 다시 만들 거다. 한 번쯤은 세상은 그런 기회를 주는 것 같다. 그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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