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9
첫눈이 왔다. 패인 발자국도 도드라진 언덕도 하얀 눈으로 덮였다. 오늘 태어난 생명은 이게 원래 세상이겠다.
화려한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수백억 펀딩, 기업가치는 수천억 너머 수조까지.
첫 매출, 첫 펀딩에 하루하루 희비가 엇갈리는 창업자들이 수만 명이다.
번데기 적이 다 있다. 차고 차이면 생각이 환골탈태한다. 앞가림 하기 급급했는 데 새벽이 밝아온다. 한번 맞은 매는 두 번째도 아프지만 죽을 것 같지는 않다. 일희일비가 희희낙락으로, 무덤덤으로.
밝은 볕이 드는 창가에서 창업자와 커피를 마셨다. 흰머리카락이 많았다. 괜찮다 나는 빠져 비는 게 걱정이다 했다. 사람이 들고나는 것에 그러려니, 원래 그런 것인 단계로. 애들은 크는 데 수입은 반토막, 집에서도 위로가 반으로 줄었다. 나도 그래 했다. 금슬 좋은 부부는 아마 어느 한쪽이 전생의 큰 죄를 이생에서 속죄하는 걸 거야. 교과서는 세상에 드문 이야기만 모은 거라 덧붙였다.
다시 시작하면 잘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럴 수는 없지만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 삶에도 지난밤에 눈이 내려 쌓였다 생각하면. 자잘한 실패 실수는 잊어버리자. 어제에 연연 말고 앞으로 잘하면, 그게 조용히 소복이 나를 다시 만들 거다. 한 번쯤은 세상은 그런 기회를 주는 것 같다. 그래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