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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Jan 10. 2022

179. 가버린 창업자를 기억하며

2022.01.09

십 년도 전에, 홀로그램으로 3D UI를 만드는 디자인 스타트업을 만났다. 펀드 출자자인 DOCOMO 가 한국에 와서 학동 스튜디오에서 미팅도 했다. 아쉽게도 투자하지는 못했다.


그 회사는 전자회사 프로젝트를 했다. 한 직원이 블로거에 자랑했다. 전자는 발칵 노했다. 제품 정보가 일부라도 노출된 것. 해당 직원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대표는 거절했다. 직원을 잃을 수는 없다고. 전자 일감은 오리무중 되고 매출은 대폭 줄었다.


대표는 변화를 꾀했다. 시장을 상대로 직접 해야겠다고.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실패. 많이 투자도 받았는 데 막막했다. 대표는 외국 호텔에서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대표이자 창업자이고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그가 사라졌다. 그때 끝나는 줄 알았다.


지난해 코엑스와 뉴욕 빌딩에 넘쳐나는 물결 스크린 뉴스를 봤다. 실감 영상이 극찬을 받았다. 동탄 백화점에서 판교에서도 그 회사 프로젝트가 전시됐다. 그 회사를 알기에, 백화점 빌딩 평면 벽면은 역량을 보여주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오늘 강릉행. 뮤지엄에 갔다.


10시 좀 지나 도착했는데 줄이 한참. 같이 간 중년 아줌마도 감탄. 백화점에서 보던 감흥과 차원이 다르다고. 역시 전용관에서 봐야. 빛과 공간 활용이 예술의 경지에.


얼마 전 이 회사 다큐가 있었다. 수장을 잃어버렸지만 다른 창업자들이 뜻을 모아 회사를 살리고 발전시켰다. 먼저 간 그분 이야기도 담담히 했다 들었다.


앞서간 선구자의 인사이트가 이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십 년의 갭이 아쉽다.


메가스터디의 성공 비결은 콘텐츠다. 하지만 ADSL이 깔리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그건 통신회사가 깔았고 소비자가 가입했다. 그 이후 터졌다.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바뀔 만한 시점이라야 포텐이 터진다. 그때를 예측할 수는 것도 어렵다. 할 수 있는 건 그날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 굽히지 않아도 되도록 준비를 하는 것.


오늘 그분을 기억에서 찾아내 편안한 안식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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