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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Jan 24. 2022

제주는 제주다(1)

2022.01.22

오랜만에 공항. 제주에 간다. 거기서 일행과 조인하는 여행도 처음. 복잡한 상황을 며칠 동안 단순한 쉼표로 바꾼다는 계획 아닌 계획. 카드사 보너스 카드로 결제. 땅콩항공 동행자 무료 티켙. 그래도 저가항공 거의 2인분이다.


첫날을 늦게 시작하는 하루가 그냥 날아간다. 너무 늦지도 일찍도 아닌 9시 비행기. 해외로 갈 관광객이 제주로 몰린다니 붐빌 수도. 빨리 도착하자고 시간을 계획했다. 하지만 금요일 아침. 공항과 가까이 갈수록 출근시간으로 근접. 도착시간은 뱅기 출발 시간과 조금씩 가까워진다. 초초하니까 동행하는 분 말소리도 거슬린다. 결국 상당한 시간 침묵 운전.


계획한 시간에 조금만 늦었다. 눈에 띄는 대로 주차. 여행가방을 내리고 바퀴를 부지런히 굴려서 탑승장으로. 앱으로 이미 체크인은 했는데, 키오스크가 눈에 보이니 뭔가를 해야겠다. 예약번호를 누르고 이리저리 해서 종이 두장을 받았다.  행렬에 줄 서니.. 어라 저기는 막 그냥 들어가네. 바이오 인증. 저거 뭐지. 앞에 줄 선 동행자가 표와 신분증을 꺼냈는데, 손님 이건 영수증이에요. 탑승권을 보여주세요 한다. 아뿔싸.. 키오스크에서 받아 든 게 영수증이구나. 빨리 핸드폰을 꺼냈다. 땅콩항공 앱을 켜고, 이리저리 살폈다. 여기 있군. 모바일 탑승권. 스크린 캡처해서 동행자에게 카톡으로 전달, 그거 보여줘. 영수증을 주머니에 바로 집어넣었다. 핸드폰과 신분증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그 탑승 게이트는 뭔가요 물었다. 정맥 인증한 고객들은 저 줄을 이용하면 됩니다 했다. 그건 어디서 하나요 물었다. 제주 공항에서도 된다고 했다. 그럼 신분증 없이 탑승 가능하다고. 네...


보안 수속은 언제나 눈치 게임이다. 이번엔 큰 차이 없이 어느 줄이던 술술 줄었다. 시간이 애매하다. 배는 좀 고픈데 시간에 쫓겨 먹는 건 싫은 성격. 게이트로 갔다. 안내 방송이 나오고, 유아동반자, 비즈니스, 모닝캄 회원 먼저 타세요라고 들렸다. 모닝캄.. 아 내가 회원인데. 회원 되고 바로 코로나, 별 대접을 못 받았다. 근데 뭐 증빙할 게 있어야 하나.. 애라 모르겠다. 일단 말해보자, 거짓말도 아니고. 핸드폰으로 탑승권을 보여줬다. 타세요 했다. 거기에 뭔 표시가 되어 있나 보다. 동행자도 같이 되나요, 네.. 어서 타시오. 그렇게 아침의 좀 살벌했던 분위기를 녹아내렸다.


제주는 좋다. 백을 기내로 가져와서 짐 찾는 시간도 없고. 빠르게 나가 택시를 타야지. 택시 줄로 가는데, 어 얼마 전 동대구역에서 봤던 검은 스타랙스 대형택시가 줄 서 있었다. 저거 모범택시 가격 정도. 짐이 많지는 않으나.. 저걸 타자, 편하게. 기사님 저희 탈게요.. 모여서 시간을 즐기던 무리에서 한분이 빠르게 오셨다. 트렁크를 열고 우리 짐을 실었다. 어디로 가시나요. 네 여기로요. 애월 여기 카페로 가주세요. 내비게이션에 9킬로 정도. 기사님이 말이 없어졌다. 약간 터프해진 건 기분 탓인가. 그 순간 아 잘못 탔다. 이분들은 수십 킬로 가는 손님이어야 손익이 맞는 데, 우린 단거리. 줄 서서 대기한 시간 값을 못하는. 방지턱을 덜 스무스하게 넘었다. 빈 속은 좀 울렁거리고. 가는 동안 아무도 말을 안 했다. 빨리 가자. 카페에 도착해 정지하자 재빨리 카드를 꺼냈다. 돌려받고는 여유 없이 곧장 내렸다. 기다리지 않고 트렁크에서 짐을 내가 바로 내렸다. 뒤돌아 보지 않고 카페로 골인. 대부분 기분 탓이 분명하다.


제주도는 카페다. 중산간, 멀리 바다가 탁 보인다. 널찍한 공간, 다양한 의자와 테이블 구색들. 마음도 여유가 생겼다. 점심은 지인이 명령한 오믈렛과 동행자가 픽한 피자. 좋고 착했다. 맛있는 놈이 속을 마저 풀었다. 깨톡... 며칠 동안 남제주에 머물렀던 지인도 곧 도착한다네.. 2박 3일 동행 시작.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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