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7
같이 가실래요 전화로 시작했다.
평소보다 준비와 변수가 많은 팬데믹 상황이라 겁도 났다.
며칠 망설였다.
그냥 기회 있을 때 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오스틴, 애초 4박 정도 생각했다.
지금은 서울-오스틴 똑딱(직항)이 없었다.
비행기를 이리저리 찾다가 트랜짓이 스톱오버로 LA, 샌프란을 추가했다. 7박 10일 일정으로 늘렸다.
0일 차.(화요일)
준비할 게 꽤 있다.
인천공항에 간지 2년 반. 그사이 여권은 만료됐다.
작년 말 새로 발급. 혹시 CES 갈까 봐, 좀만 지나면 신여권인데 그냥 구여권으로 준비했다.
ESTA. 미국은 이게 필요하지.
구글 검색하니 한글사이트가 나왔다. 친절한 미국.
한글로 쫙 입력. 결재 95달러. 중국 단수 비자 값이네. 도둑놈 미국.
저녁에 바로 메일이 왔다. 빠르네. PDF 다운로드하고.
그런데, 아... 기븐 네임을 "BYUNGCHUL"로 붙였는데.. 여권에는 "BYUNG CHUL" 한 자 한 자 띄어 썼다.
이러면 문제가 안될까.. 구글님에 물어보니 역시 문제라네.
수정 안되고 다시 신청해야 한다고.
사이트에 들어갔다. 아까 그 사이트가 아닌데, 더 친절하다.
제대로 작성하고 엔터를 눌렀다.
결재 144달러. 이건 뭐야.. 아까보다 더 높네.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이것들 한글 대행 장사치들이다.
ESTA에 찍힌 결재금액은 14달러.
미국 공식 사이트에 직접 하면 되는데, 아무 생각 없이 일처리 한 대가다.
헛똑똑이 말을 들었다. 할 말이 없었다.
출국용 PCR 검사. 출발 24시간 이내 검사가 필요하다. 인천 출발 시간이 오후 2시. 병원에서 검사받으면 하루 걸린다는데 가능할까.. 안전하게 인천공항에서 받자. 2시간이면 결과지를 받을 수 있다 해서 안전하게 9 시대로 예약했다.
그래도 검색은 계속된다. 하루 전 검사하면 당일 9시에 결과지 수령 가능한 병원을 회사 근처에서 찾았다. 전날 검사하고 일행 한분이 모두 수령해서 가져오기로. 양성이면 그냥 출국 못하는 웃픈 상황은 감내해야 했다. 다행히 모두 음성, 병원은 8시 반에 문자를 보내주는 친절한 서비스까지..
1일 차.(수요일)
난 분당에서 공항버스로.. 국제노선이 축소되어 분당지역은 서현역에서만 공항버스가 간다. 시간 간격도 한 시간이 넘었다. 예약은 필수. 공항 PCR 검사에서 벗어나니 출발도 여유롭게 11시로. 가방 꾸리기도 아침에 완성. 좀 큰 가방으로 하라 해서 다시 쌈. 와이프가 역까지 태워주니 좋았다.
공항에는 내가 먼저 도착할 듯. 일행 둘은 회사에서 만나 자동차로 오고 있었다. 거의 다 왔을 무렵 전화가 왔다. 연착이라고 메일이 왔단다. 출발이 4시로. 짐을 들고 그대로 해변 식당으로. 당분간 회는 못 먹겠지 하며. 연기는 아쉽지만 친절한 대한민국 국적기 서비스다.
일행은 오는 길에 면허증을 갱신하고 왔다. 신형 면허증은 유럽 등에서 바로 운전을 할 수 있다네. 이번 행선지 CA, TX. 종이 국제 면허증을 받았다. 면허시험장에 사람이 없어 번호표 뽑는데 결과물 받았다는 신속 서비스를 자랑했다. 애초 공항에서 국제 면허증을 신청하는 계획이었으나 나는 그냥 가는 걸로.
얼마 만에 인천공항인지, 2년 반만이다. 5개 항공사가 표를 팔아서 한 비행기로 갔다. 이러면 만석일 수도 있겠다.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얻어야 한다. 근데 셀프 티켓팅이 안되네.. 일행 한분이 데스크에서 뭐라 뭐라 열심히 말을 하다가, 저 뒤에 줄 서 있는 우리에게 전화를 했다. 스마트 좌석이 있다, 업그레이드 하자는 주장이고. 일행 실세는 텅 비었을 거다, 그럴 필요 없다 였다. 결국 아주 싼 비행기 표를 구한 공을 주장한 측이 승리. 스마트 좌석을 신청했다. 추가 요금 인당 17만 원. 결과는 훌륭했다. 10 시간 가는 길이 편했다. 공간 4인치의 자유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한 명의 이름이 문제였다. 여권과 비행기 티켓 이름이 달랐다. 발권할 때 항공사 직원이 발견했다. 국적기라 태워는 드려요. 미국 내에서는 모르겠어요.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일정을 담당했던 회사 직원에게로 수시로 연락했다. 실수한 쪽은 직원이었다. 여행사에 이름 철자를 잘 못 알려준 것 같다. 그 표를 취소하면 20% 정도 환불받고, 다시 사면 편도니까 일정에 맞는 표를 살 수 있을 지도 미지수, 가격은 당연히 원 가격보다 높다. 직원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양새. 공항에서, 비행기에서도 스튜어디스에서도 물어봤다. LAX 공항에서 나가는 건 문제없다. 다시 비행기를 탈 때가 변수다.
태평양 한가운데, 10킬로미터 상공, 불이 꺼진 비행기 안. 여러 생각이 지나가고 정리된다.
2일 차. 그렇지만 날짜는 동일. (수요일)
자다 깨다 먹다 그렇게 LAX에 도착. 오후에 출발했는데 그날 오전에 도착하는 시간여행. 여전히 신기하다. 여기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이 적다.
입국신고. 한 명 한 명 차례차례. 약간의 긴장.
내 앞에 있었던 부부와 열심히 이야기하고 서로 웃고 그랬다.
내 차례. 흑형이다. 마스크를 내리고, 손가락 지문을 등록하고.
몇 가지 물었다.
마지막으로 언제 왔나? 몇 년 전에.
왜 왔나? 여행으로 왔다.
결혼했나? 했다.
와이프는 어디 있나? 친구랑 왔다.
와이프가 허락했나? 그래서 왔다.
친절한 흑형인가 생각했다가 그럴 리가..
이 놈들이 동양인 남자 셋이 온 걸 수상하게 생각하는 프레임이 있군..
중동 쪽 외모면 엄청 까다롭게 했겠구나 싶다.
여행으로 왔다 해야 한다. 비즈니스로 왔다 하면 계약서라도 보여줘야 할 판이다.
수속이 끝났다.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미쿡이다..
렌터카 회사로 이동하고 빌리는 작업. 그동안 면허증 없는 나는 짐을 지키면서 캘리포니아 태양을 만끽했다.
현지 첫 식사는 버거킹. 한숨 자고 저녁은 시푸드. 미스터 썬샤인의 고국. 하늘이 맑고 넓다.
출발 디레이로 도착도 늦어지고.. 약속은 첫날 하면 안 된다. 중요한 비즈니스라면 주말이나 적어도 하루 전 도착해 컨디션 회복하는 게 좋다.
3일 차. (목요일)
아침 산책. 하루는 밝았고, 하늘은 맑았다. 잔디는 한결같이 파랬고, 사람들은 제각각이다. 긴팔, 패딩, 점퍼, 양복.
호텔 3층 피트니스. 러닝머신 20분. 가뿐히 땀을 뺐다. 일부러 운동화를 가져왔다.
객지에서 하루하루를 일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몸을 빨리 적응시켜야 오래갈 수 있다.
아. 비행기 표는 해결됐다. 철자를 수정해서 다시 받았다. 그분 꽤 힘든 밤이었을 듯.
해장을 하자. 24시간 하는 곳은 코리아타운뿐. 분식집이 잡혔다. 양도 많은데 맛은 중급. 코리아타운은 실망. 80년대 한국, 베이징의 한인타운가 같은 분위기. 그분들이 떠나온 그 시절에 멈춰있다. 여기 있다 강남 가면 눈 돌아가겠다 싶다. 한국인들이 처음 모였을 이곳은 번화한 지역도 화려한 지역도 아닌 아주 경제적인 지역이었을 것이고. 현지인들은 가기가 꺼려졌을 것이라 생각들었다. 한국의 차이나타운에 대한 생각처럼.
처음 오시나 봐요 하면서 식당 아주머니가 팁을 주는 방법도 설명해 줬다. 큰 아웃렛도 추천해주시고.
아웃렛과 해안도로를 따라 맨해튼 비치로 갔다. 해운대 10개는 합쳐놓은 크기. 그래서 이름이 맨해튼 비치인가.
한 시간 가뿐히 달려온 후배와 또 시푸드를 도란도란 맛있게 먹었다.
4일 차.(금요일)
동네 한 바퀴 산책. 스타벅스 커피 한잔.
또다시 한인 식당으로. 북창동 순 부두, BCD Tofu 가게로. LA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역수출된 식당 프랜차이즈.
해물 순두부와 파전, LA 갈비.
일단 양이 많다. 어제도 아침 먹은 게 저녁까지 든든했다. 여기서 하루에 세끼 먹기에는 벅찬 한 끼 양이다.
역시나 다 먹지 못했다. 다 먹을 필요도 없다. 적당한 양이 좋다. 많이 먹는 다고 좋은 건 아니다. 탐욕은 몸에 쌓이고 외부에도 드러난다. 적어도 밖으로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은 만큼에서 멈춰야 한다.
할리우드 별들의 흔적을 따라다니다 별거 없네로 결론. 라라랜드에 나온 천문대에 가려했으나.. 백신 접종확인서가 있어야 한다고. 밖에서 할리우드 사인을 육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
오후에 고객사 방문. 한국기업 LA지사. 다운타운 높은 층. 미팅하고 식사 장소는 경복궁. 한국의 그 경복궁이 애너하임에도 있다. 여기가 더 본사 같다. 지사장의 "바까 주세요"에 한반도 동남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고향과 호구조사로 서열은 정해졌다. 소주와 맥주가 일정한 비율 없이 제조되었다. 한국인이 사는 동네, 여기서도 대리기사가 있다. 푸근하게 술이 돌고 돌았다.
5일 차.(토요일)
운동하고 동네 한 바퀴. 공항 근처라 다 호텔이다. 나름대로 두 분류로 구분해봤다. 스타벅스가 있는 호텔과 없는 호텔. 스타벅스는 그냥 동네 커피를 다 점령했다. 체크아웃하고 북창동 순두부. 어제의 교훈으로 파전은 스킵.
비버리 힐즈는 좋았다. 내려서 산책하고 싶은 동네. 일행이 말렸다. 동양인 남자 세명은 오해받기 좋다고.
비버리 힐즈 스타벅스는 평범했다. 스타벅스도 높은 집값을 감당 못했는지 동네 끝 귀퉁이에 있었다.
드론으로 추정되는 비행체 5대가 하늘에 쓴 문장. "FLY WITH ME! FIX.COM"
광고 스케일이 다르네.. 날 좋은 CA라 가능.
LAX 공항으로.. 오스틴 간다. 터미널을 찾아 AA로. 사람이 많았다. 키오스에서 티켓도 받고, 짐도 부쳤다. 나풀나풀한 티켓을 받고 공항으로 입장..
짐 부치는 데 아저씨가 꼼꼼하게 따졌다. 철자를 제대로 고쳐놓지 않았으면 낭패당했을 것 같다.
일단 게이트로. 위치를 확인하고 시간을 보내자. 터미널이 여러 개, 넓다. 걷고 걸어 53B에 도착. 어어,,, 게이트에 우리 비행기 표시가 없다. 가만 보니 보딩 타임이 607P. 우리 비행기는 3:45에 가는 건데. 이게 뭔가 한참을 봤다. 헤매다 스크린에 보니.. 아.. 연착. "Now 7:19 P". 4시간 가까이. 보딩 타임도 정해지지 않았고 게이트도 미정이다. 같은 항공사 7:00 P 출발은 On Time이다. 열이 좀 받는 상황. 매우 경제적인 티켓이라 환불 조정 아무것도 안된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했다.
어디서 시간을 보내야 하나. 라운지 도전. 연착이니 AA 라운지에서 받아줘라고 일단 말을 해 보는 걸로. 안된다. 돈을 내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 그럼 둘러보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건 가능하다. 널찍하고 좋다. 음식은 몇 가지 없지만. 얼마면 되냐고 당당히 계산하고 자리를 잡았다. 4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핸드폰도 몸도 충전했다. 오스틴에서 마중 나올 형님한텐 늦어요 하고. 시차까지 감안하면 밤 1시다. 미안해라.
TX, Austin. 이런 곳에 온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왔다. 한 밤에. 배도 고픈데 문 연 곳은 인 앤 아웃 밖에 없는 듯. 거기 가고 싶은 일행을 제어하고 "라면 있어요"로 퉁쳤다. 라면 4개에 계란, 파를 넣고, 김치와 햇반 2개를 해치웠다. 시원했다.
아 그 형님 애들은 모두 집을 떠났고 형수는 한국에. 집에 17세 할머니 강아지와 둘만 있었다. 집으로 와라 하셨고 아낀 호텔비로 맛있는 거 먹자고 했다.
이후 와인과 맥주로 이런저런 이야기.. 3시가 지나고 4시가 지나고 한분은 슬그머니 침실로, 또 5시, 6시가 지났다. 이제 자자.
6일 차(일요일)
11시가 넘었다. 동네 탐색. 공원에 청년들이 농구를 하고, 가끔 여성분들이 지나다녔다. 강아지도 함께.
점심은 저기.. 오아시스.. 대청호 같은 호숫가 뷰 맛집.
언젠간 텍사스는 미국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필수 코스인 아웃렛 답사. LA 아웃렛과 같은 물건은 같은 가격 확인.
주요 결정사항은 코로나 검사.
형수님은 어떻게 갔나.. 다른 한국인들은 어떻게 했지..
결론은 되는 데로 다해보는 것.
일단 로컬 검사소에 예약.. 무료다.
당일 예약해서 검사받는 건 늘 어림없다.
가장 빠른 월요일 오전 시간대 예약 시도.
아.. 이것들이 30분 간격으로 한 명 씩만 받네. 우린 셋이니까 9:30, 10:00, 10:30으로 예약.
하루 또는 이틀 안에 문자, 메일로 결과를 보내준다고.
48시간 이내 검사가 유효한데 우린 수요일 샌프란으로 새벽 6:00에 출발, 밤 11:30 출발 비행기라 복잡. 출력물이어야 하는 것도 허들.
저녁은 집에서. 고기를 굽는 걸로. 형님이 준비를 많이 해놓으셨다. 후배도 조인. 어떻게 했나 했더니. 미국은 언제 나올지 몰라서 ( 안 나올 수도 있어서) 돈 내고 안전하게 했다고.
시간은 잘 갔다. 후배는 빨래하러 가야 한다고 11시 반쯤 가고. 우리는 또 두세 시까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7일 차(월요일)
동네 한 바퀴. 어제 본 공원에 일행과 갔다. 넓은 잔디밭, 중앙에 연못. 두 바퀴 돌았다. 반려견 동반이 많았다. 남자 둘은 우리가 유일. 남녀, 녀+녀, 남+강아지, 녀+강아지 조합이 대부분이다.
오전 가장 큰 일은 PCR 검사. 드라이브-인 스루 방식이다. 시간대가 다르지만 한 차로 갔다. 바로 앞 차 처리에 시간을 많이 걸렸다. 약을 타러 온 것 같다. 완전 비대면. 상자에 뭐를 받았다 넣었다 반복. 왜 30분 단위로 했는지 알 것 같다. 꼼꼼과 느림의 결합. 한 20분 기다려 우리 차례가 됐다. 시간도 얼추 9:30.
일행 셋은 가만히 있고 형님이 이야기를 했다. 우린 검사받으러 왔다. 세명이다. 9:30 10:00 10:30 예약했고 지금 세명 다 하자. 반응은 오케이. 마이크에 이름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불러주고 전화번호는 미국 로컬이 필요하다. 형님 번호로. 메일 주소 넣고. 어제 예약할 때 다 적은 것 같은데. 하여튼 검사 키트 받는 데 20분은 걸린 것 같다. 코는 각자 찌른다. 2인치도 아니고 1인치 찌르라는 지침을 철저히 따라서. 받은 모든 물건은 그대로 다시 회수한다. 정말 25분은 걸렸다. 왜 30분 간격인지 "I got it". 그동안 뒷 차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후배 회사 방문. 시드 펀딩 완료. 당연히 1층 건물이고, 차지하는 공간이 넓었다. 두세배 인력이 더 차지할만한 공간. 부럽다. 한국 창업가들 파이팅이다.
점심 후 선배 회사로 이동. 깔끔하게 정리된 회사를 견학했다.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신축 중인 집 구경 가자 길래.. 뭐 그랬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직 공사 중이라 감흥은 없었다. 신도시구나 정도. "계속" 분양 중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모델하우스가 있다 해서 갔다. 음.. 이게 미국의 신도시 개발이군, 우리로 치면 아파트 분양이다. 모델 하우스는 늘 으리으리하지만 80평 주택은 와.. 수준인데.. 분양가가 65만 달러, 그것도 요즘 많이 올라서. 형님도 공사 중인 그 집이 10만 불은 올랐다고 한다. 우리와 다른 건 10%도 안 되는 계약금만 내고, 완공될 때 잔금을 낸다는 거다. 공사가 지연돼 불만인 형님이 컴플레인해도 그럼 해약할 까 하면 할 말이 없다. 그 집 이미 계약금 이상으로 올랐다, 대기 수요가 많고.
6천 불만 있으면 80평 존슨 모델 계약할 수 있는데, 그분은 실 입주자에게만 분양한다고. 정부 규제냐 했더니 본인만의 원칙이란다. 순수 투자자에겐 팔지 않겠다는. 며칠이라도 주소를 두고 살아야 하는 조건이다. 중도금 없이 회사 자금으로 짓고 잔금을 받는 구조, 그래서 회사 여유자금 고려해서 몇 가구씩 순차적으로 분양한다는 거다. 지금은 셀러 마켓, 대기가 많고 네고는 없다고 단언..
글로벌 기업들이 실리콘 밸리를 탈출해서 오스틴으로 오는 이유가 있네 싶다. 아직 싸고, UT에서 엄청난 인재들이 쏟아져 사람 구하기도 쉽고.
저녁엔 세 시간 거리 후배가 차를 몰고 왔다. 졸업 후 처음 보고 학교 때 친하지도 않아 정말 첨 보는 것 같은데도 그 먼 거리를 와줬다. 진중한 캐릭터, 말이 많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만이니 선배 집에서 술도 하고 자고 가라 했고 그러고 싶어 했다.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이야기를 푸는 중, 그 후배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와이프가 집으로 돌아오라고 한다고. 허락을 못 받은 모양이다. 아쉽게 후배가 밤길로 돌아갔다. 그 동네는 정말 한인이 드문 곳이라 무척 반가웠을 터인데, 담에는 그리로 가자 했다.
8일 차(화요일)
오전은 쉬는 일정이다. 어제와 반대편 공원에 갔다. 여긴 개발하지 않은 자연 상태, 야생공원이다. 사람이 자주 다녀서 오솔길이고, 흙길이라 더 좋았다. 조그만 연못은 운치를 더하고. 한 바퀴 도는 데 마주친 사람이 네댓 명이다. 한가롭다.
그 집 강아지 행동이 둔하다. 17살 할머니인데 영 평소 같지 않다고 형님이 걱정하셨다. 손을 대보면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각자 길을 가는 자녀들에게 연락했다. 동물병원 예약을 해달라고, 전에 따님들이 했나 보다. 가족 단톡방에 난리가 났다. 할머니 강아지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아니냐, 임종을 보러 집에 오겠다고 하고 한국으로 여행 간 형수님도 비행기표를 앞당겼다. 반려견은 가족이다. 거의 평생을 같이 했다고 한다. 동물병원 예약도 필수다. 다음날 우리를 공항에 데려고 주고 바로 간다고 했다.
아기다리던 PCR 결과 문자, 죈장.. 어제 10:00에 검사받은 분만 형님 핸드폰으로 왔다. 아.. 우려되는 대로 하는 일처리.. 긍정적인 마인드로 기다릴 수밖에..
오후는 퍼블릭 골프장. 4명이 카트비까지 100불. 골프장에 집들이 많다. 뷰가 좋다고 몇만 불 더 높다고. 어떤 홀에는 페어웨이 바짝 붙어있어 쫄았다. 공이 유리창을 깨면 총 들고 나온다 하니..
PCR 결과 문자도 받았다. 출력도 하고 파일로도 받았다. 국내 입국 검사 때 Q-code 만들 때 필요하다.
저녁에는 짐을 샀다. 아침 6시 비행기라 공항으로 4시에 출발하기로.
9일 차(수요일)
세시에 일어났다. 짐을 완전히 꾸리고, 씻고 나섰다. 공항에 4:30 도착. 대학 동기 형님 고맙다. 과도 다르고 나이도 4살이 많고, 그때 그분 성격이나 내 성격이나 공통의 관심이나 영역이 없었는 데, 나이 들어 이렇게 친해졌다. 고마운 일이다..
샌프란으로 간다. 고민은 짐이다. 여기서 부친 짐이 인천으로 바로 가느냐 아니냐. 우리는 샌프란에서 나와서 일을 보고 11:30에 공항으로 돌아와 비행기를 탈 거다. 짐을 찾아서 다시 부쳐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
이걸 공항에서 몇 번을 물었다. 대답은 인천으로 바로 보내준다. 샌프란에서 일정을 봐도 된다. 알았다 고맙다 하고 일단락.
남은 시간에 찬찬히 보니, PCR 파일이 내 거가 아니다. 형님은 전화를 안 받는다. 주무시나? 문자를 남겼다. 파일 다시 좀 부탁드린다고.. 비행기를 탔다. 샌프란까지는 4시간이다.
샌프란 도착, 큰 공항이다. 다시 짐을 확인. 아직 아시아나 데스크가 열리지 않았다. 며칠 동안 우리끼리 이슈가 됐던 TRANSIT BAGGAGE CLAIM 이 없는 걸로 봐서 우리가 짐을 찾을 일이 없다. 타고 온 비행기는 좌석이 둘둘인 소형. 손님도 적고 수화물도 적어 우리 짐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없었다. 일정대로 우린 공항을 나갔다.
차를 빌려 금문교로.. 샌프란 날씨는 변동이 크다. 바다 안갯속 풍경은 좋았지만 쌀쌀했다. 내 점퍼도 좀 약했다. 그것도 없는 일행은 떨었다. 샌프란 항구 주변 스타트업을 방문, 열악한 실리콘밸리를 들었다. 30만 불로도 살기 어렵다는, 그래서 오스틴이 뜨는 거라는 당연한 논리를 들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미팅에서도 같았다. 실리콘 밸리가 죽어가고 있다고. 베이 다리를 건너 플래전턴, 저녁 일정은 서니베일. 베이를 한 바퀴 돌았다. 이동할 때마다 한 시간은 걸렸다.
그럭저럭 하루 일정이 끝나고. 다시 샌프란 공항으로.
한번 맛본 스마트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했다. EXIT 좌석으로 했다. 원래 EXIT 좌석은 편의성 때문에 가격을 높게 받는 게 아니란다. 비상시 탈출이 빠르다고 해서 그렇다고 승무원이 이야기한다. 돈 되는 건 다 돈으로 받는 세상이다. 어쨌거나 다리를 쭉 뻗어 편했다. 가성비로 따지면 비즈니스가 부럽지 않았다.
10일 차(금요일)
새벽 4시 너머 인천에 도착한다 했는데 3시에 떨어졌다.
그사이 하루는 없어졌다.
짐을 무사히 찾고 일행 차로 집에 도착. 6시.
귀국 1일 차에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9:30에 보건소로 갔다.
1미터 간격으로 줄 서서 5분에 끝났다. 스마트 IT 대한민국.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건가..
11일 차(토요일)
8시에 문자가 왔다. 음성이라고..
1주일 뒤에 자가 진단하면 이번 여행 일정은 모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