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안철수연구소, 네오위즈, 세원텔레콤, 로커스, 하이트론시스템즈, 케이씨텍, 다우기술, 카스, 한국베랄.
이 업체들의 공통점은? 벤처기업상을 받은 업체들이다.
과학기술부가 제정하고 한국경제신문과 KTB네트워크가 공동으로 주최한 벤처 행사. 홍보도 하고, 투자도 받는 기회였다. 공모에 참가하면, 심사역들이 분석해 위원회에 상정했다. 상 타게 되면 스페인 전시회에 보내줬다. 대상업체 담당 심사역이 인솔해서.. 나는 한 번도 못 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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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한 업체들 중에 A 사가 있었다. 통신 쪽 부가서비스 설루션 개발. 음.. 한번 지나간 업종이다. 상장한 선발업체들도 실적이 좋지 않았다. 그때는 투자업체도 아니고,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데, 기억에 남았다.
직원의 자부심, 자랑이 대단했다. “우리 회사 너무 좋은데, 기술력도 최고고, 사장님도 진짜 좋아요”를 몇 번이나 들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는 스페인에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잊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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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통신사가 출자한 조합을 결성했다. 현업부서에서 업체를 추천했다. 고분고분하지 않은데, 입지는 탄탄한 업체가 있단다. A 사였다. 곧 사장님과 약속을 잡았다. 통신분야에서 투자할 업체가 많지도 않은데, 성장세였다. 조합 1호 투자업체다.
사장님은 듣던 대로 한결같았다. 솔직했다. 연초에 계획을 물으면, 대답은 늘 비슷했다. "1년은 알겠는데, 2년은 모르겠다. 열심히 준비하겠다.” 한해 한해 충실히 준비하셨다. 과장이 없었다. 신뢰가 더 갔다.
목표치는 정확히 달성했다. 아니 초과 달성했다. 목표 매출이 106억이라 하고선 133억, 170억이라 해놓고 182억을 달성했다. 거기에 맞춰, 무리하지 않게, 탄탄하게 운영하였다. 솔류션 업종에, 그 흔한 무형자산이 없었다. 견실했다. 초기 투자한 지인들 이후 투자한 투자사, 모두에게 선의의 피해라도 끼치지 않으려고 마음 쓰셨다.
……..
이동통신이 보급되는 당시, 선발업체들이 다수 상장도 했었다. 하지만, 통신사의 Walled garden 전략은 서비스와 설루션 시장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었다. 특정 통신사에 종속되어 대안이 없었다. 성장에 정체되고, 이익이 작아졌다. 하나 둘 사업을 접었다. 상장사들은 백도어의 주요 공급자였다. A사는 그 시절을 꿋꿋이 버텼다. 기술 개발에 힘썼다. 내공을 키웠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자, 통신사들에게 손발이 없어졌다. 신규 서비스를 하려 해도 실행할 파트너가 없었다. 거꾸로, 이제 대안이 없어졌다. 통신사들이 A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수익성 나쁜 프로젝트를 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했다. 누가 "갑"인지 모호해졌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고, 사업에서는 아쉬운 사람이 "을"이 된다. 세상이 바뀌기까지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황금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되었다가, 블루오션까지는 아니어도, 견고한 시장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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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언제나 치열하다. 손쉬운 유망한 사업은 없다.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고 버텨내면, 기회가 온다. 몸을 가볍게 하고, 우직하게 한우물을 깊게 파자.
한물간 산업에도 기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