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 그른 것 없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내 고향도, 판교도 싹 변했다.
그런 세월을 거스러는 사람들이 있다. 타격 천재에서 전설로. 이치로는 MLB에서는 ‘진자 타법’을 버렸다. 그립을 가슴에서 귀 옆으로 옮겼다. 몇 년이 흐른 후에는, 앞발끝만 땅에 닿게 해 이동시간을 줄이고, 상체는 더 웅크려 3할 7푼을 쳤다. 이승엽은 한 시즌 홈런 53개를 때린 후 다리를 들지 않는 타격폼으로 바꿨다. 다음 해 56개. 아시아 신기록을 쏘았다. 노력으로 그 긴 세월을 이긴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일반적이지 않다. 그래서 레전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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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아닌 기업이 세월을 이기기는 더 어렵다. 변수도 많다.
3위 이통사가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고자 벨소리 같은 데이터 사업을 꺼내 들었다. 몇몇 협력업체는 상장도 했다. 시장을 확인한 데이터 팀장이 직접 창업했다. 이통사에 남아있는 지인들도 응원했다. 알차게 성장하는데, 처음에는 상장엔 별 관심이 없었다.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몇 년이 지나자, 이통사의 누구는 임원이 되고, 누구는 떠났다. 인적 네트워크가 예전 같지 않았다. 사장님은 주관사를 선정하자고 했다. 막차로 IPO에 성공했다.
좀 더 지나자 이통사 실무진들도 바뀌었다. 퇴사한 지 한참 된 사장님을 몰랐고, 알아도 몰랐다. 사장님을 껄끄러웠다. 신사업으로, 통신사에 구애받지 않는 B2C 서비스를 론칭해봤다. 실패했다. 미련 없이 회사를 팔아, 현금을 챙겼다.
집전화기용 스피커, 마이커 만들던 부품업체가 거래처인 **전자가 핸드폰을 만들면서 대박 난 이야기도 많다. 지금은 다들 어렵다. 사업 파트너들과 흥망을 같이 했다. 외부 환경이 바뀌자, 기술, 내공이라고 주장한 것이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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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 100년 기업을 만들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변신은 성장보다 더 어렵다. 하던 거 열심히 하는 것과 다르다. 자기부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사업이 자리 잡아 IPO 하는데, 10년이 걸렸는데, 상장사라고 신규사업이 하루아침에 뚝닥 되지는 않는다. 꾸준한 노력으로 충분한 시도가 필요하다.
이치로는 일본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대비해 타격폼을 개발하고 익혔다. 홈런을 버리고 내야안타를 선택했다. 양준혁은 만세타법으로, 꾸준히 노력해 42살까지 현역이었다. 만족해서는 안된다는 걸, 버릴 줄 아는 후배 이승엽한테서 배웠다.
사업한 지 10년이 넘고, 또한 성장하고 있다면, 일단 대단하다. 스타트업도 10년을 버티고 달려가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길게 호흡하면 생각이 분명해진다. 하루를 사는 것과 10년을 사는 건, 많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