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후 저명한 교수님이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해주시는 강의를 들었다. 우주의 생성과 빅뱅 이야기였다. 중학생의 시간이란 뭔가요 질문에, 변화의 단위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흘러가며 변한다고 생각했는데, 반대였다. 변하니까 시간이 있다. 어디서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시간이라는 개념은 없다. 그래서 빅뱅 이전에는 시간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사람의 심장이라도 뛰고 있으니, 세상은 변하는 거고, 시간은 흐른다. 변화는 정말 "거대하고", “자연” 스럽다.
벤처에게도 변화는 당연한 환경이다. 사회가 변하고, 사업이 변한다. 경영자와 직원 관계도 어제와 다르다. 이런 변화를 인정하고, 원인을 찾고 대처하지 않으면 갈등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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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IP 업체의 주주가 되었다. 주요 자산은 비디오 스트리밍 지적 자산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많지 않다. IP를 라이센싱 주고, 로열티도 받는다. 매출이 곧 매출이익이다. 고급 인력들의 인건비를 커버하면, 곧 이익이다. 거래처를 하나 둘 확보하며 조금씩 성장했지만, 창업자는 만족하지 않았다.
SoC 사업을 시작했다. 투자가 많이 필요하고 리스크도 크다. IP사업에서 번 돈으로는 어림없었다. 투자유치도 쉽지 않았다. SoC 사업은 초기인데, IP사업의 가치를 인정받자니, SoC 사업의 리스크가 너무 컸다. 창업자는 SoC 사업을 고집했다.
IP사업 쪽은 불만이 쌓였다. 인센티브는 고사하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었다. 갈등은 커졌고, 결국 경영진은 회사를 분할하기로 했다. 인적분할이다. 최대주주이자 창업자는 두 회사 양쪽에서도 최대주주가 된다. IP 사업 경영진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계속 SoC 사업을 고집해서, IP 사업 쪽과는 소원해졌고, 영업, 마케팅, R&D, 조직관리에서도 창업자보다는 경영진의 역량이 높았고 중요했다. 옥신각신. 각자 회사를 선택하고 집중하기로 했다. IP사업 경영진들은, 분할로 받은 SoC 회사 주식을 창업자에 팔고, 창업자의 IP 회사 주식을 샀다. 투자기관도 IP회사를 선호했다. 그렇게 분할은 이루어졌다. 지분이 작은 IP 회사 경영진에게는 스톡옵션을 부여하고, 기관투자자와 협력해 독립경영했다. 서로 엮인 채무보증 해소에 몇 년이 걸렸지만 각자의 길을 갔다. 창업자는 IP회사 주식으로 SoC 투자금을 마련했다. IP회사는 착실히 성장해, 년간 수십 억씩 이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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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창업자가 지분에 의지해 고집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주요 인력들이 나가서 유사회사를 창업한다. 다 망한다. 기술이 자산인 신생회사는 신뢰성을 만들 고통스러운 시간이 또 필요하다. 산과 강이 많았지만, 갈등을 잘 풀어냈다. 주식의 양뿐 아니라 회사를 끌고 가는 역할을 인정했기에 가능했다. 기관투자자의 조율도 적절했다.
창업자와 경영진의 갈등은 늘 있다. (심사역과 투자기업 간에도..) 최고의 팀이라고 자랑하지만, 흐르는 시간보다 강한 건 없다. 그래서, 쿨한 합의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보다 더. 궂은날에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대안이 나온다. 법정스님은 "함부로 인연 맺지 마라" 했다. 신중히 맺고, 맺은 인연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