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0
처음 지인 모임으로 왔고, 어제는 가족과 10년 만에 다시 찾았다.
중국 역사 최고의 유물을 영접할 수 있는 고궁박물관. 언제나 대만 일정에서 최고의 가치는 단연 이곳이다.
이번에도 옥배추는 출장 중이었다. 너무 바쁘다. 그때는 “없구나” 했고, 지금은 너무 아쉽다.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했다. 한·중·일 도슨트들이 중점적으로 안내하는 보물들이 보였다. 그중 하나가 청동기 모공정(毛公鼎). 옥배추 같은 정교함은 없지만, 단순한 형태 속에 힘이 있다. 용기 안쪽에 새겨진 글이 명문이고, 그 길이가 가장 길다고 한다.
또 다른 용기도 마찬가지였다. 모양새는 평범하지만, 그 안에 새겨진 글씨가 보물이라 한다. 물론 서체 자체도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고 한다. 그 누군가는 어쩌다 저기에 저런 글을 새겨 넣었을까.
청동으로 그런 물건을 만든다는 건, 그 시대에 아무나 할 수 없는 귀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한두 개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 터.
수천 년이 지난 지금, 보물로 추앙받는 것은 결국 그 안에 담긴 글씨와 의미다. 새긴다는 것 자체가 큰일인데, 그럼에도 시간과 돈, 권력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 가치를 높이고 실현해 이익을 얻으려 한 걸까. 당대에 그것이 실제로 이익이 되었을까. 몇몇 사람끼리는 서로 그 가치를 주고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런 것이 보편적인 시대다. 누구의 서명이 들어간 한정판에는 세컨더리 마켓에서 프리미엄이 바로 붙는다. 하드웨어도 귀하지만, 그 가치를 폭발적으로 높이는 것은 콘텐츠 또는 소프트웨어다. 하지만 이것도 위기다. 웬만한 건 AI가 다 해버릴 태세다.
이제는 무엇을 새길지도 막막하다.
조금만 평범해도 의미가 없고, AI는 이미 너무 잘한다.
그래서 더 이상 ‘잘 쓰는 것’보다 ‘왜 쓰는가’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진다.
완성도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람의 의도와 감정—
그것이 어쩌면 이 시대에 남을 **마지막 명문(銘文)**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