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동네변호사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굳건했던 관계가, 상황이 바뀌자 이해도 달라지고, 적과 동지가 수시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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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인 A사는 핸드폰용 부품을 만드는 벤처기업 B 사가 좋아 보였다. 하지만 현금이 부족했다. 창투사들이 같이 투자해주기를 원했다. B사가 가진 특허기술의 우수성, 시장 동향 자료를 제공하고, 재무실사, 법률실사를 주도했다. 모회사가 상장사, B사가 IPO 되지 않아도 (1) 상장사인 A 사가 B사를 합병할 수도 있고, (2) 주식스왑으로 상장사 주식으로 바꿀 수도 있고, (3) A사가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었다. 실제, A사는 정해진 기간에는 주식을 사겠다고 했다. 3개 투자기관이 40억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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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바뀌었다. 투자심사에 참여했던 심사역들이 모두 퇴사했다. 그들은 상장사가 어떻게든 약속을 지킬 거라고, 투자금 회수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더 큰 상황 변화는 투자회사에 있었다. A 사의 대주주가 바뀌었다.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전망도 불투명했다. 투자기관들은 정해진 기간이 되어, 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A사는 딴말은 했다.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소를 제기했다.
A사는, 전 대주주이자 대표이사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무효라고 했다. 위법한 투자여서 자신들은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투자기관은 당시 대표이사의 직인이 찍힌 이사회 의사록을 받았다. A사 내부적으로 적절했는지는 투자기관들이 알지 못하는 일이고, 그런 주장이 외부에는 효력이 없다고 변호인들이 주장했다. 시간이 걸렸지만, 투자기관이 100% 승리했다. 항소도 없었다.
이 건에서는 투자를 하고, 투자를 받았던 당사자들이 모두 바뀌었다. 오직 서류와 계약서만 남았다. 주장과 증명이 애매했다면, 당사자들의 증언이 필요했다.(누구나 어떤 형태로든 법정에 서기는 싫다.) 다행히 관련 서류의 (대외적인) 적법성을 확인했고, 첨부서류가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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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의 결과를 누군가가 보장해 줄 수는 없다. 누가 보장한다면 의심해야 한다.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본질이 우선이다. 투자의 구조는 옵션이다.
심사역들은 이직이 잦다. 투자한 업체 관리를 누군가 하겠지만, 일이 중대하면, 떠난 당사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지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조작된다. 그래서 정확한 사실과 자료를 갖추고, 꼼꼼한 일처리가 필요하다. 심사역의 "실수"는 자칫 "의도"가 될 수 있다. 화려한 투자실적이, 몇 년 뒤 수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만만한 직업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