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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Jun 11. 2016

37. 팀보다 팀워크

사장님은 미국에서 박사를 받고, 대기업 전자회사에서 이통기기 기지국을 개발했다. 몇 년 후 대학 교수가 되었다. 지방에 있는 괜찮은 대학이었다. 한편으론 문서작업이 뛰어난 부사장을 만나 회사를 차렸다. 다방면으로 국책과제를 따냈다. 사장님과 몇 명이 다 했다. 걱정할 미래가 없었다. 현금을 유보할 필요가 없었다. 사장님, 부사장 연봉으로 수억씩 받았다. 학교를 그만뒀다.


사장님이 다녔던 대기업에서 신흥시장을 개척하고 있었다. 중. 대형 기지국은 자체 개발했다. 소형 기지국을 개발할 협력회사를 찾고 있었다. 딱이었다. 사장님은 상용화하고 싶었다. 본격적인 비즈니스가 시작되었다. 라이선스도 샀다. 뭉텅이 돈이 필요했다. 투자를 받고, 연관성 없는 과제는 하지 않았다. 부사장은 이제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엔지니어를 알지 못했고, 회계, 자금 전문가도 아니었다. 그래도 사장님은 동업자인 부사장을 안고 갔다.


매출 25억, 순익 5.0억. 괜찮다. 이듬해는 매출 12억, 순익 4.4억. 세부내용을 살폈다. 용역 매출이 줄었다. 영업이익은 -8억. 국고보조금이 영업외 이익으로 잡았다. 사람은 늘고, 개발비는 쌓이고, 현금은 빠르게 줄었다. 정기주총이 길어졌다. 이사보수한도를 8억에서 10억으로 올리고자 했다. 집행내역을 파악했다. 과제는 줄었고, 개발은 한창이고, 현금은 바닥나는데, 임원들의 연봉은 수억씩. 대주주였다. 현금은 남고, 미래 걱정이 없던 시절, 그 시절의 보수 그대로였다. 일단 급한 대로 동결. 비교회사를 선정해 집행액을 조정하기로 했다.


사업은 진척이 없었다. 신흥시장은 좀체 열리지 않았다. 계속 현금은 줄었다. 살림이 궁핍해지자, 내부적으로도 삐걱삐걱했다. CFO 가 필요했다. 부사장을 내려놓아야 했다. 후보자를 추천했다. 사장님은 부사장도 대주주니까, 이해할 거라 생각했다. 진심이면 될 거라 생각했다. 부사장 지분 일부를 CFO에게 줄려고도 생각했다. 애초에 사장님이 부사장에게 준 것이었다. 부사장 생각은 달랐다. 온갖 이야기가 오갔다. 윈윈 할 방법이 없었다. 사장님은 시간을 빼앗기고 에너지를 소모했다. 결국, 임시 주총에 해임안이 상정되었다. 임원들 카드 사용내역도 공개되었다. 부사장은 개발실 패가 부실의 원인이라고 험하게 주장했다. 주총장을 박차고 나갔다. 지분은 회수되지 않았다.


국책과제 명콤비의 모습은 없었다. 환상적인 조화는 불협화음이 되었다. 부사장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다. 불편했다. 그 옷은 주위 사람도 불편하게 했다. 뒷사람들이 지적하기 어려웠다. 그는 창업자였다. 그것으로도 조직 내 기득권층이었다.


팀이 중요하다고 한다. 더 중요한 건 팀워크다. 훌륭한 팀워크를 위해 팀이 필요하다. 적임자가 아니면, 적임자를 방해한다. 적임자가 없다면 적임자를 찾을 때까지 비워두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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