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병철 Jun 25. 2016

38. 사서 배우자.

해가 가장 높이 뜬다는 하지가 지났다. 10년 전 중국 내륙의 고속도로 갓길에, 잠시 북회귀선의 뙤약볕 아래 서 있었다. 땀이 줄줄 흘렀다.


사장님은 한 달에 반은 중국 공장에 계셨다. 바로 가는 비행기는 월요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가시는 일정에 맞춰 따라갔다. 시골 공항이라도 시원했다. 하지만, 게이트를 나서자 숨이 막혔다. 사장님은 늘 가던 길이라며 아무 말없이 차에 탔고, 기사는 차를 몰았다. 에어컨은 제일 세게. 하얀 기운이 마구 흘러나왔다. 더위를 식히자 한기가 들었다. 사장님이 위아래로 몇 차례 손짓을 했다. 기사는 백밀러로 흘깃흘깃 몇 번보다 갑자기 훽 차를 세웠다. 왜 세웠지? 고장인가? 이 땡볕에 어떡하나. 차도 별로 없는 한적한 곳. 여러 가지 기사가 많던 시절. 좀 불안했다.  


기사가 뒤돌아 사장님을 봤다. 순박하고 멀뚱한 표정. 그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서로 말이 없었다. 눈치로 소통했다. 참나, 사장님의 손짓을 차를 세우라는 것으로 알았나 보다. 에어컨을 줄이고, 다시 출발. 좀 졸기도 했는데. 사장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말을 못 하여도, 사장님은 아쉽지는 않았다. 직원들이 있고, 한국말을 하는 중국 공무원이 투자해 달라고 매달렸다. 그들이 궤짝으로 빠 이주를 선물했다. 전화만 하면 달려왔고, 보안 검색대도 무사통과시켜줬던 시절이었다.


몇 년 사이 상황은 변했다. 모토로라가 들어오고, 글로벌 기업이 연구소를 지었다. 중국 공무원들이 달라졌다. 이제 사장님이 아쉬워졌다. 늘 통역이 필요했다. 갑을 이 바뀌었다. 사소한 건에도 통역이 필요했다. 벙어리 냉가슴. 아까운 시간은 소모되었다.


직원들을 다그쳤다. 직원들은 경영진들의 짧은 중국어를 잘도 알아 들었다. 이상했지만 눈치껏 적응했다. 이러저러하게 말해달라 말하지는 않았다. 그 중국어는 공장에서만 통했다. 하지만, 공장 밖은 달랐다.


그렇게 시간은, 사업은, 무심히 지나갔다.


사장 자리에서는 먼저 스스로 배움에 나서야 한다. 그냥 있으면, 흔한 피드백도 없다. 사람에 둘러 쌓여, 조용하고 외롭다. 먼저 찾고, 물어봐야 한다. 사서 배워야 하는 자리다. 심사역도 조금은 유사한 자리에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