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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May 27. 2017

남해 사우스케이프 1박 2일

입학 30년, IE 87 여행

5월 13일 토요일. 비도 그쳤다. 입학 30년 기념으로 여행 가는 그날은 날씨도 좋았다.


시작은 2월 10일. 강남역 봉피앙, 7명이 모였다. 봄나들이 이야기가 또 나왔다. 몇 년 전부터 불쑥불쑥 나오는 주제. 입학 30년을 기념하자고. 도쿄에 가자, 봄 하면 교토, 홋가이도가 제일, 그러다 흐지부지. 작년엔 영일이가 제주도 예약까지 하고도 못 갔다. 이젠 “어디던 좋다, 일단 가자”에 방점이 찍혔다. 남해가 떠 올랐다. 87 졸업여행 간 곳, 의미 있다. 부산, 포항은 소라, 정희, 숙연이 선에서 잘렸다. 남해가 당첨됐다. 숙소는 사우스케이프로 정했다. 친구 한 명 한 명을 모아 24명 단톡 방을 만들고, 9명이 가기로 했다. 비행기로, 기차로 어떻게 가지 하다, 전용차선 가능한 카니발 두대를 확보했다. 집이 서울인 석우, 영일, 진호, 학진이는 여의도에 모였다. 북부파다.  경기도 남부 쪽인 정희, 소라, 병윤, 나는 분당에 모였다. 남부파. 숙연이는 창원에서 남해로 바로 합류하는 걸로.


북부파는 8시 출발, 남부파는 8시 반 출발. 첫 목적지는 삼천포 용궁 수산시장.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먼저 도착한 북부파가 장을 봤다. 식당에서 바로 요리해 준다. 남부파가 도착하고 숙연이도 곧이어 왔다. 이렇게 첫 전체 상봉. 밥 먹을 때 모이는 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삼천포 대교를 건너 남해 숙소로. 파란 바다, 맑은 하늘, 시원한 바람, 녹색 나무와 잔디. 핸드폰 꺼내고, 카메라가 바빠졌다. 해변 산책길 따라 트레킹. 자잘한 생각들은 사라지고, 바닷가 바위에서, 탁 트인 언덕에서 오랜 친구들과 편안한 시간이었다.




저녁 먹고, 여기선 나갈 곳이 마땅찮았다. 그럼 그때처럼 술판을 만들지 뭐. 거실도 좋은데, 베란다가 더 좋았다. 시원한 바람, 바다, 별도 초롱초롱. 야외 카페로 딱이다. 작은 탁자 네 개 모두 옮기고, 2미터 조명 스탠드를 베란다 옆으로, 블루투스 스피커도 창가로 붙였다. 의자가 모자랐다. 소파냐 양탄자냐. 소파를 세워서, 네 명이 낑낑 옮겼다. 일사불란하게 알아서들 돕고, 끝냈다. 소라, 정희, 숙연이가 와서 감탄했다. 와인을 따르고 치즈를 꺼내고, 우리들이 만든 바에서 옛이야기를 이어갔다. 몇 병이 나왔는지, 석우도 가져오고, 영일이도 가져오고, 같이 마시려고 따로 챙겨 온 것들이었다. 스위스 출장에서 병윤이는 치즈, 샴페인, 초콜릿을 사 왔다. 과자, 오징어, 쥐포, 파인애플, 라면 3 봉지, 아예 박스로 바리바리 싸온 애도 있었다. 포항 추억의 명소가 소환되고, 에피소드가 줄줄이 나왔다. 우리들 노래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시간 여행이었다.




다음날 골프조는 일찍 라운딩 가고, 다른 친구들은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고 브런치 카페로 갔다. 그림 같은 풍경, 커피, 음악을 즐기는 동안, 골프조가 합류했다. 즐거운 추억을 가슴에 담고, 또 다음을 기약했다.



어느덧 우리는 주름지고, 벗겨지고, 통통해졌다. 30년 묵은 옛 모습도 알고, 그동안 서로 좀 안다고 생각했다. 이번 1박 2일은 쟤가 저랬었나 "다시보기"도 많았다. 문 옆에서 자잘한 부탁을 학진이는 싫은 표정, 군소리 한번 없었다. 또 뭐 갖다 줄까 물었다. 진호 발랄함은 재평가됐다. 이제 웃음 담당으로 지명됐다. 저렇게 적극적이고, 희생적이던가 하는 모습도 봤고, 이제 쟤들도 엄마지 하는 모습도 봤다.




'공지만 한다' 하다 어찌어찌 쭉 수고하게 된 소라, 참 고맙다. 모두들 발 벗고 잘 따랐다. 오래된 친구가 좋다고, 산경 87은 더 깊어졌다. 더 늦지 않게 기쁨을 나누고, 누렸다. 다행이다. 행복이다. 또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야지. 8723002 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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