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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Jul 18. 2017

64. 이왕 하는 거, 잘하자.

http://blog.daum.net/limbo38/17952425

창투사 사장인 지인을 만났다. 사장도 힘든 건 마찬가지 같다. 한참 넋두리 들었다. 예전에 같이 고민한 적이 있다. 한 팀에서 일했던 때였다.


그때, 지나고 나니 버블이었다. 네이버가 자리 잡고, 라이코스, 심마니는 사라졌다. 시장은 현실에 수렴하고, 코스닥 상장 문턱은 높아갔다. 유망했던 투자자산은 하나둘 고정화되고, 신규 투자보다 불량자산 처리가 먼저였다. 회사도 격량이었다. 팀은 쪼개지고, 합쳐지고, 새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6개 팀을 거쳤는데, 그와 두 팀장님을 같이 했다.


조심조심해야 할 그때, 한 분은 기획통이셨다. 보고서에 신중 또 신중, 빨간 펜으로 긋고 고쳤다. 첨삭지도, 불만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은데.


그날도 부르셨다. 피드백을 받았다. 그날은 좀 달랐다. 자, 내 말을 잘 들어.


이렇게 쓰면, 읽은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할 거야. 그럼, 저런 걸 살짝 기대하겠지.  니가 쓴 건 다른 쪽으로 넘어가 버렸어. 앞뒤 연결 안 되는 거지. 맥락이 없단 말이야. 한 장, 한 장에 머리 속에 그림을 집어넣어줘. 메시지 주고, 매듭짓고. 머릿속을 옮기는 거야. 없는 알맹이를 남들이 알아 줄리는 없잖아 


오타가 나오지. 너는 그냥 넘어가지. 니가 쓴 거니까. 다 안단 말이야. 읽는 사람은 그런 게 몇 번 나오면 집중 안돼. 거슬리거든. 앞뒤 숫자가 안 맞지. 대충 쓴 거 아냐 이런 생각이 들어. 읽기가 싫어, 믿을 수 없거든.


설명만 잘 하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지. 먼저 읽어본 사람은 인상이 나빠져 버려. 그걸 바꾸려면 노력이 더 들어. 이왕 해야 하는 거, 잘 쓰잔 말이야. 허투루 쓰잖아 그럼 좀 지나 봐, 너도 못 알아봐.


정신이 번쩍.


하긴 심사역은 남이 쓴 보고서를 읽고, 자기 심사보고서를 쓴다. 간단하게 던, 길게 던, 빠지지 않는 일과다. 아는 만큼 잘 쓴다. 제대로 쓴 보고서는 시간이 지나도 이해된다. 리뷰할 수 있고, 뭐가 모자랐는지 반성할 수 있다. 성장의 디딤돌이다. 나중에 자기도 알아볼 수 없는 보고서, 리뷰가 안된다. 반성도 없고 발전도 없다. 그냥 쓰레기를 만들었을 뿐.


해야 할 일, 이왕이면 잘 하자. 기본을 잘  다져야 기술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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