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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Sep 14. 2017

66. 작은 돌부리에 넘어진다.



년말 경 전화가 왔다. 업계 지인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A사가 벤처 조합에 출자한다고 하던데 들으셨나요? 상무님 업체죠?


모르는 데요, 얼마나 한데요, 운용사가 어디애요..확인해 볼께요 했다. 출자 규모도 컸지만 이런일은. 투자자와 상의하고 사전 서면동의도 받아야 한다.


A사는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업체. 게임이 크다. 매출도 좀 되고, 이익도 났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산업이 변했다. 사업은 치열했다. 나와 동갑인 부사장은, 제안이 와서 협의하고 있는데, 출자확약서가 뭐야? 그런 거 준 적 없는 데.....

.....

부사장과 친한 심사역이 B사로 옮겼다. 거기 사장님도 알고 보니 부사장 선배. B사는 게임 계열사도 있고, 서로 도울수 있겠다 싶었다. 기존 기관주주가 3개사, 자금도 어느 정도 있고, 투자 이야기는 유야무야 되었는데,,,


이전에 발행한 BW 20억이 있었다. 사장님이 워런트를 1억에 샀다. 행사가는 4,500원, 4년전 기관 투자단가가 6,000원. 사장님 개인이 다 행사하기엔 너무 큰 돈이다. B사가 나섰다. 워런트 일부를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샀다. 곧장 행사(전환)해 주주가 되었다. 주당 7,000원이 들었다. 사장님은 그 대금만큼 나머지 중 일부를 행사했다. 남은 건 소각했다. 사장님 지분이 올라갔다. 이제 한 배를 탔다. 서로 돕자고 했다. 이게 10월이었다.


A사 사장, 부사장은 열심이었다. 일정은 늘 빼곡했다. 한번 이야기 나눌라면 늦은 도시락을 같이 먹는게 다반사였다. 노력 만큼은 대단한데, 사업은 그만큰 따라주지 못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별 성과가 없었다. 퍼블리싱 사업을 강하게 하려는데, 개발자금을 먼저 줘야 했다. 경쟁사들은 돈이 많았다. 그때 B사가 제안했다. 벤처조합에 출자하면, 출자분 이상으로 게임 쪽에 투자하고 사업적으로 연계시켜 주겠다. 솔깃하다. 그런 상황이라는 거다.


다시 한번 생각하자 했다. 서로 묘수 같고, 시너지 날 수도 있다. 만약 조합이 손실 나면...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벤처가 큰 돈을 오랫동안 묶어둬서는 힘들다. 사업적 효과까지 기대이하면 낭패다.


또 워런트를 판 것과 출자를 엮어서 보자 했다. 사장님은 본인 자금없이 지분율을 올렸고, 행사대금은 대부분 B 사 조합에 출자하는 꼴이다. 세 달이 안됐다. 사람들은 묶어서 생각할 거다.


끄덕끄덕했다. 좀 더 생각해보겠다 했다.


B사가  법무 검토 결과 문제없다 했지만, 안 하기로 했다. 검토했다는 사실 자체가 뭔가 문제 거리가 있다는 거고, 사장님이 곧 회사인데, 사장님이 의심 받아서는 안된고 했다. 잘 생각했다 했다.

....

한건 한건은 정당한 거래들이, 멀리서 연결해 보니 시빗거리가 된다. 잘 안되면, 왜 그랬지?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까? 따라오는 말말이다.


꼭 성공할 것 같은 사업도 여러 번 하면서 답이 나온다. 몇번이고 시도할 기회와 믿음를 유지하는 게 종요하다. 한데, 공익과 사익이 뒤섞이면 착한 의도가 의심받고, 다음이 없다. 갓 끈 고쳐 메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큰 길 가는 장수가 작은 돌부리에 넘어진다. 앞도 보고 옆사람 눈으로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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