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b급 공무원이 보는 공공건축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건축직 공무원의 중심 업무는 ‘인허가’다.
공동주택사업승인, 건축허가, 건축신고,
위반건축물 단속까지.
디자인이나 경관이라는 말은,
대부분 주변부에 있다.
중심이 아니라, 부차적인 무엇처럼 여겨진다.
물론 디자인을 주도하거나 경관을 중시하는
몇몇 지자체도 있다.
하지만 '극히 드물다'는 말로도 충분하다.
공공건축이 ‘중요한 업무’로
사회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도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지자체장의 관심, 실무진의 태도와 눈높이에 따라
주력 업무는 달라진다.
나 역시 처음부터 공공건축을 했던 건 아니다.
허가, 신고, 사업승인, 경관, 디자인,
위반건축물 단속,
관광, 행사 기획까지...
때로는 정신없이, 때로는 엉겁결에
여러 갈래의 길을 지나오다
공공건축이라는 영역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사발령으로 새로운 업무를 맞이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이 업무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지금 나는, 이 업무를 맡은 지자체장이다.”
물론 밖에서 보기에 나는 그냥
잡다한 일에 치이는 평범한
한 명의 공무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공건축 업무만큼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공건축은 특히,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다.
기준이 없으면, 방향도 없고
방향이 없으면, 과정도 없다.
그래서 나는 중심이 되려 한다.
정책은 위에서 정해지지만,
그 정책을 현실로 풀어내는 건
실무자의 정체성과 의지다.
“이건 제 일이 아니에요.”
“정해진 틀대로만 하겠습니다.”
그런 말들은 공공건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공공건축이라는 긴 과정 속에서,
나의 중심은 어디인가.”
누군가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
그 중심에 서서 과정 전체를 바라보는 사람이 되자.
그게 비록 b급 공무원일지라도.
내가 소속된 지자체에서 공공건축팀은
100개가 넘는 팀 중 하나일 뿐이다.
존재감은 미미할지 몰라도,
나는 안다.
절대 빠져서는 안 될 한 조각이라는 걸.
내가 보는 공공건축은
거창한 상징물이 아니라,
일상과 밀접하고, 도시를 말해주며,
그 위에 삶이 쌓여가는 기반시설이다.
그래서 더 정직하게, 더 묵묵하게
좋은 마음으로 좋은 건물을 만들고 싶다.
작은 나의 마음이
도시에, 사람들에게,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건축공무원이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민생’과 마주한 일이다.
매번 녹록지 않고,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겪으며
어느 순간, ‘그래서 계속할 수밖에 없구나’ 싶어진다.
그중에서도 공공건축은
단 한 번도 쉽게 진행된 적이 없다.
하지만 끝내 건물이 올라가고,
그 공간에 사람들이 머물고,
누군가가 그 자리를 기억할 때,
그 뿌듯함은 또다른 결로 다가온다.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삶과 도시를 잇는 무언가를 남겼다는 감각.
그래서 오늘도 나는
b급 공무원이지만, a급 마음으로 도시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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