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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K Feb 27. 2024

캐나다편(3) - 유럽여행

생인지, 이세계 여행인지, 김주노는 북아메리카 지역에 떨어졌다.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와 조우했는데, 어쩐지 이 남자가 21세기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키포인트인 것 같았다.


자크 카르티에가 등장으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김주노는 이로쿼이 연맹에 속한 어느 부족의 아들이었고, 시대는 16세기 초반이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퀘벡 근처인 건 분명했다.


김주노의 무기는 지식이었다. 자크 카르티에를 이미 알고 있었다. 캐나다 역사도 대략 알고 있었다. 미션 수행을 위해 아는 지식을 차근차근 정리하기로 했다.





이쯤에서 캐나다의 초기 역사를 개관하고 넘어가겠다.


캐나다의 역사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할 것이다. 역사 초반은 16, 17, 18세기이고, 후반은 19세기, 20세기다. 우선 스토리 진행을 위해 초반 부분을 짧게 설명하겠다.


16세기


본격적인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캐나다 지역은 땅이 척박하다 보니 미국이나 남미 쪽을 선호했다.


우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남미 쪽을 장악했다. 영국도 부랴부랴 탐험을 나서서 미국 동부 버지니아 지역부터 정착을 시작했다. 영국에 이어 프랑스도 북미 지역을 기웃거렸는데, 미국 동부 뉴욕 지역은 영국이 점령 중이어서 어쩔 수 없이 오대호 위쪽으로 올라가 정착을 시작했다.


거기가 지금의 오타와, 퀘벡 지역이었다.


미국 동부지역을 점령한 영국은 북쪽의 캐나다 지역을 기웃거렸다. 퀘백 지역은 프랑스가 점령 중이니 더 위로 올라가 지금의 허드슨 만(캐나다 동쪽 볼록 들어간 곳) 일대를 발견하고 '이제부터 여기는 영국 땅!'이라고 선언했다.


이렇게 캐나다 지역에 프랑스인과 영국인이 정착했다.


그런데 몇 년 살다 보니 각이 나왔다. 여기 너무 춥다. 사람 살 데가 아니다. 그냥 돌아가자.


영국과 프랑스 모두 고국으로 돌아갈 궁리를 하던 차에, 우연히 캐나다 지역에서 대박 아이템을 발견했다.


무엇이었을까?


중국의 대표 동물은? 판다다. 미국의 대표 동물은 독수리이고, 우리나라는 호랑이다. 그렇다면 캐나다의 대표 동물은 무엇일까?


비버였다. 그렇다. 비버가 캐나다 정착민을 살렸다. 당시 유럽에서는 모피가 사치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초기 캐나다 정착민들은 닥치는 대로 비버를 잡아 유럽 본토로 보냈다.


17세기


17세기는 별거 없다. 프랑스와 영국 모두 정착지를 야금야금 넓히면서 100년 동안 미친 듯이 비버를 잡아댔다.


18세기


어느덧 영국은 캐나다 중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고, 프랑스는 퀘벡 같은 동쪽 지역을 장악했다.


면적은 영국이 훨씬 컸지만, 영국 정착지로 가려면 혹한의 북극 쪽으로 돌아가거나 프랑스가 점령 중인 육지를 통해 가야 했다.


영국은 프랑스 지역을 빼앗고 싶었다.


기회를 엿보던 영국은 18세기 중반에 전쟁을 일으켰다. 프렌치 인디언 전쟁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만 싸운 게 아니었다. 영국 인디언 연합과 프랑스 인디언 연합이 떼로 싸웠던 전쟁이었다. 승자는 영국이었다. 이때부터 캐나다 지역 전체가 영국의 영토가 되었다.


18세기 중후반에는 캐나다 아래 지역에서 드라마틱한 전쟁이 일어났다.


바로 미국의 독립전쟁이었다.


미국 독립전쟁은 미국 동부에 사는 정착민들이 영국으로부터 땅을 빼앗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었다. 어떻게 보면 캐나다 지역도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빼앗아야 하는 지역 중 하나였다.


실제로 미국 독립군은 캐나다 퀘벡 지역까지 진출해 전쟁을 벌였는데, 공교롭게도 여기에서는 패배했다. 이때 만약 미국 독립군이 이겼다면 지금 미국의 영토는 퀘벡 지역을 포함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미국은 독립전쟁에 승리하고 북미 동부지역에 나라를 세웠다. 이때부터 캐나다 지역과 미국은 별개의 나라가 되었다.


미국은 독립 초기에는 영토가 넓지 않았다. 수백 년간 끝없는 서부 개척과 매매계약을 반복하면서 지금과 같은 광활한 영토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 가운데, 지금 김주노가 겪고 있는 상황은 16세기 중반, 캐나다 지역에 살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과 프랑스 탐험대가 최초로 만난 순간이었다.







인사를 마친 자크 카르티에는 마을 근처에 진을 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이로쿼이 부족은 친절했다. 비버 서식지와 사냥법을 알려주었다.


김주노는 단조로운 일상을 이어갔다. 종이에 적힌 미션을 떠올렸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어느 날, 마을 광장에서 주술사 노인이 꼬마를 앞에 두고 주문을 외고 있었다. 김주노는 호기심에 꼬마에게 다가갔다. 경악스러운 모습이었다. 아이 얼굴 전체에 콩알만 한 수포가 가득했다. 족장과 주술사는 숲의 저주를 받은 것 같다며 굿판을 벌이자고 했다.


김주노는 아차, 싶었다. 수포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연두였다. 유럽인들과 최초의 조우를 하고 벌써 전염병의 기운이 감돌았다. 김주노는 평소 역사 게임을 하면서 총 균 쇠라는 유명한 책까지 탐독한 탓에 천연두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천연두가 왜?


천연두는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게 해준 일등 공신이다. 유럽인들과 전투를 벌여야 할 아메리카 원주민 대부분이 이미 천연두로 사망한 탓에 유럽인들은 쉽게 빈집 털이를 했다.


원주민 절반 이상이 천연두로 사망했다.


사망만 절반이고, 병들어 노쇠해진 인구까지 포함하면 인구 대부분이 천연두로 고생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아무리 유럽의 무기가 뛰어났다 하더라도 천연두가 없었다면 아메리카 정복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천연두는 가축이나 설치류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다.


유럽인이나 아시아인들은 오래전부터 개나 소, 말 등을 가축으로 키우면서 나름 천연두에 면역이 형성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가축으로 키울만한 동물이 없었다. 말도 없었고, 소도 없었다. 개도 없었다. 버펄로나 코요테, 사슴 같은 짐승이 있었지만, 워낙 거대하고 드세서 쉽게 가축화할 수 없었다.






다시 스토리로 돌아와서,


수포를 일으켰던 꼬마는 몇 주 만에 목숨을 잃었다. 아이가 죽은 뒤 많은 원주민이 수포로 고생했다. 사망자가 늘어갔다.


전염병의 원인이 프랑스 탐험대라는 걸 아는 사람은 김주노뿐이었다. 섣불리 족장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불필요한 전쟁이 날 수 있었다.


족장의 한숨이 깊어져 갔다. 온 가족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자크 카르티에가 찾아왔다. 곧 프랑스로 떠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와 교류할 생각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족장은 외지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시큰둥하게 다음에 또 보자는 말만 할 뿐이었다. 자크 카르티에는 못마땅했는지 자리를 뜨지 않고 가느다란 수염을 매만졌다.


김주노는 역사 게임을 하며 얻었던 지식을 쥐어 짜냈다.


카르티에는 프랑스로 돌아가면서 인디언 족장의 아들 2명을 데리고 갔다. 족장의 아들에게 유럽을 구경시켜준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프랑스 국왕에게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증거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김주노가 알고 있던 지식대로 카르티에는 작별 인사를 하며 족장 아들 2명을 데려가겠다고 했다.


족장은 고민했다. 누굴 보낸담.


기회를 엿보던 김주노가 손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김주노는 미션을 떠올렸다. 위기에 빠진 아메리카 원주민을 구원해야 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멸종하다시피 사라진 이유는 유럽인들의 무력 때문이 아니었다. 어쩌면 전염병이 더 큰 이유였을 것이다.


김주노는 생각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자. 전염병을 막으려면 전염병의 본거지로 가야 한다. 실제 역사 기록에 따르면 족장의 아들 2명은 별 탈 없이 캐나다로 돌아왔다. 신변이 안전할 걸 알고 있던 김주노는 기꺼이 유럽행을 결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에 도착한 김주노.


예상대로 김주노는 국왕과 귀족들 앞에서 동물원 원숭이 같은 구경거리가 되었다. 다행인 것은 포로나 노예처럼 취급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프랑스 국왕은 김주노에게 깨끗한 숙소를 마련해 주었고 자유로운 이동도 보장해 주었다.


김주노는 당장 길을 나섰다.


농가를 돌아다니며 천연두에 걸린 소, 정확히는 우두에 걸린 소를 미친듯이 찾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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