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멈추면 잃는 줄만 알았다
5. 멈추면 잃는 줄만 알았다
“손 차장의 승진을 축하합니다.”
가족들이 모여 케이크에 초를 밝히던 순간, 나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듯했다. 축하의 말과 웃음소리가 가득한 자리에서 마음은 뿌듯했고, 노력한 세월이 보상받는 것 같아 뭉클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결과물이 눈앞에 드러나는 듯했기에, 책임의 무게조차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승진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직급이 높아지자 곧 무게도 따라왔다. 새로운 미션과 책임은 쉴 틈을 주지 않았고, 매번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들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다.
“내가 지금까지 한 게 있는데, 여기서 멈출 순 없어.”
그 말은 내 좌우명이었다. 지금까지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이 떠올라, 멈추는 건 곧 모든 걸 잃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붙들고 버텼다.
버티는 것이 곧 답이라고 생각했다. 야근을 거듭하면서도 ‘그래, 이 정도쯤이야’ 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지쳐도, 흔들려도,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 하나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나의 마음과 행복은 뒷전이었고, 성과와 책임만이 앞을 가득 채웠다.
그 즈음, 지금의 신랑을 만났다. 나와는 아무런 접점이 없던 엔지니어였는데, 이상하게도 대화가 술술 이어졌다. 처음 만난 날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취향도, 생활 습관도 달랐지만, 근본적인 가치관은 닮아 있었다. 서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웃음을 나누며, 함께 있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까지 이어졌다.
결혼 후에도 나는 여전히 버티며 살았다. 책임과 성과라는 단어가 내 삶의 무게 중심이었으니까. 그런 나를 곁에서 지켜본 신랑이 어느 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요즘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아. 지금 하고 있는 일 말고,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해봐.”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신랑은 이미 내 안의 무너짐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난 괜찮은데, 왜 자꾸 그렇게 보지?” 처음에는 반발했지만, 그 말은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오랫동안 울림이 되었다.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거울처럼 내 모습을 비춰주었다.
그제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 나는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버티는 게 전부라고 믿었지만, 사실 멈추지 못하는 게 두려웠던 건 아닐까. 멈추면 모든 걸 잃는 줄 알았지만, 멈추지 않으면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다음 글: 〈2부. 멈춤의 자리에서 - 조용히 있어야 들리는 것〉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