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조용히 있어야 들리는 것

by 정연

6. 조용히 있어야 들리는 것

2부. 멈춤의 자리에서

6. 조용히 있어야 들리는 것


신랑의 질문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네가 좋아하는 일이야?”


그는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답을 찾으려 애쓸수록 목 안에서 맴돌 뿐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 침묵은 오래 남았다.

예전에도 그랬다. 답을 찾기 어려운 순간이 오면, 나는 늘 도서관으로 향했다.

인생의 무수한 질문에는 내 경험만으로는 답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세상에는 나보다 먼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기록을 남겨놓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믿었다. 도서관은 답을 품은 공간이라고.


“도서관을 뒤져보면, 그곳이 온통 파묻어 놓은 보물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 – 버지니아 울프


그날도 나는 보물을 찾으러 갔다. 어떤 주제를 펼쳐볼까 고민하다가, 평소 발길이 자주 향하던 철학과 자기계발 서가 쪽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한 책을 마음에 두고 오지만, 나는 달랐다. 필요한 답을 얻고 싶을 때는 그냥 주제별 서가로 가서 본능적으로 손이 가는 책을 뽑았다. 목차를 훑어보고, 지금의 고민과 닿아 있다고 느껴지면 그 책을 읽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방식으로 답을 얻은 적이 많았다.


서가에 꽂힌 수많은 책들은 나를 유혹하듯 다가왔다. 그중에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알랭 드 보통의 불안 같은 책도 있었다. 사실 나는 책을 탐독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답을 찾고자 할 때만큼은 책이 가장 확실한 안내자였다. 그래서 책을 집어 들고 목차를 훑으며 나의 고민과 겹치는 부분을 찾곤 했다. 그날도 그렇게 몇 권의 책을 손에 쥔 채, 결국 한 권을 골라 대출 데스크로 향했다.


그 순간, 새삼스럽게 도서관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출과 반납을 처리하는 직원, 북트럭을 밀며 책을 정리하는 직원, 이용자의 질문에 성심껏 답해주는 직원…. 평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던 장면이었는데, 그날따라 그 모습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책을 대출하고 도서관을 나서려다, 나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안을 바라보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 순간, 마음속에 작은 질문이 피어올랐다.


“저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까? 혹시 나도 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 답을 구하던 내게, 이번에는 책을 다루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답처럼 다가왔다. 소음을 멀리하고 조용히 서가 사이를 걷는 동안, 내 안 깊숙한 곳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느꼈다.


나는 생각했다. 책이 길을 보여주는 것도 분명하지만, 그 책들을 지키고 관리하는 사람들 역시 답일 수 있겠구나. 그날 이후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찾는 곳’이 아니라 ‘내가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나는 낙원이란 일종의 도서관 같은 곳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 말처럼, 고요 속에서 들리는 작은 속삭임이 내 삶을 이끌고 있었다.


"다음 글: 〈천천히도 충분하다〉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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