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미지의 바다를 향하는 항해에서는 항해지도와 나침반 그리고 크로노미터가 필요합니다.
독서와 사고를 하는데 필요한 생각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로 도구가 필요합니다.
이 도구들은 일상에서 우리가 쓰던 것들입니다. 다만 보다 더 깊게 의식하고 자주 활용할 때 조자룡이 헌 창 휘두르듯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장은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과한 모든 지식은 처음에는 관찰을 통해 습득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맡고, 맛을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들 말이다.
이런 느낌과 감각을 다시 불러내거나 어떤 심상으로 만들어 머릿속에 떠올리는 능력이 바로 형상화다.
실제로 과학자나 화가, 음악가들은 그들이 실제로 보지 못한 것을 마음의 눈으로 보고, 아직 세상에 나온 적이 없는 노래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한 번도 만진 적 없는 어떤 것들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감각적 경험과 감각적 형상은 너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창조적인 사람들은 필수적인 생각도구로서 추상화를 활용한다. 피카소 같은 화가건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건 헤밍웨이 같은 작가건 간에 그들은 복잡한 사물들을 단순한 몇 가지 원칙들로 줄여나갔는데, 추상화는 바로 이 것을 일컫는다.
이 단순화는 자주 패턴화와 짝을 이룬다.
이 패턴화는 다시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패턴인식은 자연의 법치과 수학의 구조를 발견하는 일뿐만 아니라 언어와 춤, 음악의 운율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림의 경우 화가의 형식적 의도를 감지하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 패턴을 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첫 걸음이다. 음악이나 미술, 공학, 혹은 무용, 그 어떤 분야이건간에 기발한 패편을 형성한다는 것은 단순한 요소들을 예상외의 방법으로 조합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패턴이 스스로 패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패턴속에 들어 있는 패턴을 인식한다는 것은 곧 유추로 이어진다.
명백히 달라 보이는 두 개의 사물이 중요한 특질과 기능을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학과 예술작품, 불후의 과학이론, 공학적 발명을 이루어내는 일의 중심에 놓여있는 것이다.
생각의 탄생(원제 spark of genius) 로버트 루트번스타인/미셸 루트번스타인 공저 에코의 서재 p48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한 사람은 일반적인 생각과 생산적인 생각의 차이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진행됩니다. 언제든지 개입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생각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어떻게 생각을 해야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으로 바뀔 수 있는지 몰라서 답답한 적이 많았습니다.
위의 글은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생각의 도구를 소개하면서 생각의 도구에 대한 개관을 펼쳐놓은 대목입니다. - 앞으로 언급할 내용을 개관하는 부분이라 좀 길게 인용을 했습니다.
이 흐름대로만 생각하는 연습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찰-형상화-추상화-패턴인식-유추-창조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흐름은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활용가치가 있습니다. 독서인은 이 흐름을 받아들일 때 독서를 통해서 작가의 생각을 주입당하지 않고 스스로의 생각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관찰
모든 종류의 지식은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관찰은 수동적으로 보는 행위와는 다르다.
예리한 관찰자들은 모든 종류의 감각정보를 활용하며, 위대한 통찰은 '세속적인 것의 장엄함sublimity of the mundane',즉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는 매우 놀랍고도 의미심장한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만일 우리가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 지, 또 어떻게 주시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 없다.
그래서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이다.
중략
사람들은 그토록 숱하게 욕조에 들어가면서도 몸을 담글 때 수면이 높아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질의 비중이 배수량과 관련있음을 간파한 사람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였다.
많은 사람들이 망치질을 했지만 그 소리를 유념해서 듣지는 않았다. 쇠막대기건, 마림바의 나무 키 건, 첼로의 현이건 간에, 물체의 길이가 음의 높낮이와 관련이 있음을 맨 처음 알아낸 것은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피타고라스였다.
사람들은 수없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하늘이 왜 파란지에 대해선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여기에 의문을 가졌던 최초의 인물은 18세기 물리학자 존 틴달이었고, 그는 하늘의 색깔이 대기 중의 먼지나 다른 입자들과 부딪쳐 산란하는 햇빛에 의대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야모도 무사시는 오륜서에서 베기와 휘두르기의 차이점을 설명합니다.
칼을 움직이는 것은 같지만 베기와 휘두르기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휘두르는 것은 몽둥이나 칼이나 다를 바 없지만 베기는 베겠다는 의지와 목표물 그리고 베기위한 도구인 칼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합니다.
관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보는 것과 집중해서 보는 것, 그냥 듣는 것과 집중해서 듣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연에 관한 많은 지식은 책에서 얻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획득된 지식은 한번 걸러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관찰을 대체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제라트 버메이)
오랫동안 참고 지켜볼 것과 주의 깊게 볼 것 그리고 의미있는 변화와 그렇지 않은 차이를 구별해 내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대상에 대한 사랑이나 관심 그리고 그 대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통찰력에서 비롯된다고 하겠습니다.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첫 번째 생각의 도구인 관찰의 장을 읽었습니다.
생산적인 사고는 내적 상상과 외적 경험이 일치할 때 이루어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관찰의 장을 마무리하는 문장은 참을성과 끈기를 강조합니다.
텔레비젼처럼 세속의 물건에도 지각할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 속에서 어떤 '잠재된 것들'을 발견하려면 매일매일 새로운 관찰을 하겠다는 참을성과 끈기를 길러야 한다. 우리의 교육목표중 하나가 평생 배우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관찰력을 연마하는 것보다 좋은 훈련이 뭐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