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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뿔 Jan 20. 2021

4. 생각의 도구들

유추와 은유

유추와 은유


유추란 둘 혹은 그 이상의 현상이나 복잡한 현상들 사이에서 기능적 유사성이나 일치하는 내적 관련성을 알아내는 것을 말한다. 많은 철학자들은 유추가 비논리적이라서 판단을 그르치게 한다고 폄하하지만, 오히려 유추는 불완전하고 부정확하기 때문에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에 다리가 될 수 있다. 유추는 우리가 기존지식의 세계에서 새로운 이해의 세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생각의 탄생 p189


뉴턴이 발견한 중력의 법칙은 사과가 단지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깨달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뉴턴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과 알고있는 지식을 자신이 모르는 세상과 모르는 지식과 연결지어 생각했고 그 결과 '중력의 법칙', 나아가서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사과를 땅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사과를 땅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면 이 힘이 하늘위로 계속 뻗쳐 나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달까지 끌어당길 것이라고 유추했던 것입니다.

물론 달은 자신의 궤도에 안착해 있어서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유추를 통해 사물의 작용과 천체역학간의 상관관계가 밝혀짐으로써 달에게도 중력이 작용하지만 달이 사과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알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지상의 연구를 토대로 해서도 우리의 눈이 미치지 않는 전 우주의 운행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인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사이의 유사성을 찾으려 합니다.

은유는 단순한 유추와 구별됩니다.

강력한 은유는 고대 그리스의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르스 신화'에서 부터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들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문학작품에 등장합니다.


프로스트는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은유를 재확인합니다.

두 갈래 길이 숲에 나 있었고 그리고 나/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노라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런 근본적인 은유는 결코 진부해지는 법이 없고 오히려 매번 새롭고 독특한 연상과 어울리며 읽는 사람의 마음과 공명하게 됩니다.


마음은 형태가 없습니다. 행복이나 사랑, 또는 운명도 정해진 형태가 없습니다.

형태가 없는 것은 잘 상상이 되지 않게 마련입니다.

상상이 되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해서 몰랐던 부분도 미루어 깨닫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은유입니다.


필자는 'The Rose' 라는 팝송을 좋아합니다.

이 팝송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익숙한 사물에 비유함으로써 그 속성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노래 가사속에서 어떤 사람이 말하건대 사랑은 강이 되었다가 면도날이 되었다가 굶주림이 됩니다.

강물은 갈대를 물에 잠기게 하고 면도날은 상처를 주고 허기진 마음은 영원히 만족할 줄 모릅니다.

사람들은 사랑의 부정적인 면만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래하는 자신은 사랑을 꽃이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유일한 씨앗입니다.

씨앗이 조건에 맞아서 개화를 했을 때 장미가 되고 사랑이 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겁니다.


그 조건에 대해 가사가 이어집니다.

스텝이 흐트러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춤추는 법을 배울 수 없고

꿈에서 깨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면 다시 꿈꿀 수 없습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또한 자신이 무언가를 줄 수도 없을 것입니다.

또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영혼은 결코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지난 밤들이 너무 외롭고 사랑은 그저 그런 운좋고 강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때

기억하세요 한겨울에 지독하게 추운 눈아래 깊은 곳에 씨앗이 묻혀있다는 것을

그 씨앗은 태양의 사랑과 함께 봄철에 장미로 피어날 겁니다.


이 노래는 가사 하나하나가 전부 은유입니다. 

단어 하나마다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영적인 전통이 없을 법한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노래가 나왔을까 하지만 아마도 한때 미국을 강타했던 히피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은유는 보이지 않거나 알수 없는 것을 상상하고 예측할 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상화가 문제를 보이게 만들어준다면 유추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입니다.


1장에서 필자는 우리의 생각도 언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책을 읽듯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나'의 생각을 자주 읽다보면 '나'의 행동에는 드러나는 원인과 숨겨진 충동이 같이 섞여있음을 발견합니다. (뚜렷이 드러난 원인과 달리 숨겨진 그 충동은 사실 본인도 잘 모를 때가 많지요....)

스스로의 생각을 읽던 눈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사람의 행동속에서 '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읽었던 것과 같은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언어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알기위해 표정을 읽는 유전자들이 발달했습니다.

조금만 얼굴과 비슷한 형상이 보여도 표정을 읽으려 하고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은 그런 진화의 영향일 것입니다. 그외에도 우리는 언어와 문화를 떠나 상대와 공감할 수 있고 상대의 입장에서 사실을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어느정도 자라게 되면 드러나는 표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엄청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타인의 생각을 유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싸이코패스나 특이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물론 예외로 쳐야 겠습니다만)  '나'를 앎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을 거울삼아 자신을 더 이해할 수 있는 쌍방관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력은 독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바로 독자의 마음으로 작가의 마음을 헤아릴 때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내 머리속의 세팅이 어느정도 갖추어져 있다면 관찰하고 핵심을 추려내고 형상화하고 패턴을 인식함으로써 예측이 가능해지고 종국에는 이렇게 내가 아는 부분을 가지고 눈앞에 펼쳐진 문장의 모르는 부분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유추는 결국 치트키와도 같은 것입니다. 내가 아는 것으로 모르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니까요.....

다만 직관처럼 늘 맞지는 않는다는 것이 함정입니다.(포커에서 쓸 수 없는 것은 명확합니다)


유추와 은유까지 해서 생각의 도구들 단락이 끝을 맺었습니다.

항해가 시작되기까지 준비물을 갖추는 것이 성과없이 부산하기만 한 듯해서 읽어주시는 분들께 고마운 마음과 함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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