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뿔 Aug 28. 2022

지남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서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무야 나무야    p52


나무야 나무야              

저자 신영복


출판 돌베개


발매 1996.09.12.



이름은 지남철인데 기능은 북쪽을 가리키는 데 쓰입니다.
자석이 남북을 가리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죠.(지구가 거대한 자석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한 쪽이 남을 가리키면 반대쪽은 북을 가리키는 것이 분명하니까요...

이 글을 읽고 보니 나침반의 자침반이 파르르 떨리며 북을 가리키는 순간은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서도 신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마음을 쓰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정말 원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 이루어지기 위한 방법이나 방향에 대해 우리는 지향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바램이 크고 이루어야 할 까닭이 많을 수록
그 길로 나아가려고 하는 과정에서 실패가 많았고 장애가 많을 수록
이루지 못하고 지낸 세월이 길수록 더욱더 염원이 간절할 수록 
과연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회의도 커져서 마침내는
정말 바라는 일이지만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바라는 바가 크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더구나

흔들리고 떨리는 것에 대해 흔히 불안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습니다.

의지하고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흔들리는 상태에서는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때로는 흔들리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파르르 떨리는 자침을 보며 그런 우리의 불안은 정당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루고 싶은 뜻이 있기에 아직 그 뜻을 잊지않고 있기에
불안으로 떨리는 것이겠지요
적어도 떨리는 동안만은 아직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는 위안을 가져봅니다.


시인들은 대쪽처럼 곧고 송백처럼 강건해서 우뚝선 나무들이

세찬 바람을 이겨내려다가 꺽이고마는 것을 노래합니다.

얕은 바람에도 이리 저리 몸을 눕히지만 어느새 다시 서는 풀잎처럼 

지남철의 자침은 휘휘 돌고 어지러이 흔들리지만

어느 순간 정확히 그 자리에서의 북은 어디인지 가리킬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떤 사실에 대해 고정된 시각을 가지는 것처럼 어리석고 무서운 것이 없습니다.
자신이 정말 바라던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그 사실을 부정하고 차라리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까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지남철이 어떤 한 북쪽에 고정되어버려서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