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개별 맞춤형 교육, 어떻게 하는건데?
개별화교육계획에 관하여
나는 14년차 특수교사이다.
매번 성공적이었다고 절대 말할 수 없지만
매년 2번씩 아이들 개별의 성장발달을 위한 개별화교육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평가해왔다.
사실 14년 중 많은 시간을 헤맸다.
'이렇게 하는 건가? 저게 맞나?'라는 고민과 가설, 실험, 결과 확인의 과정이었던 것 같다.
매년 만나는 아이들의 개별적 특성과 수준차이가 커서 늘 새로운 가설이 필요했다.
장애 학생은 다르게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야? 다른 뭔가 특별한 게 필요해.
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때는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이다.
신생아기부터 자라나며 성장하는 과정을 초밀착인 상태로
지켜보게 된 것은 교육을 업으로 하는 나에게 큰 행운이자
교육의 관점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 unsplash의심이 많은 나는 아기의 성장과정을 직접 보는 경험을 통해
장애 학생의 발달은 다른 차원이 아니라 늦은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이가 몇 세 정도의 발달 수준을 보일 때에는 시각자원과 간단한 언어지원이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그것에 따라서 예상보다 큰 성장을 보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볼 수 있는 눈을 타고난 사람들이 분명 있다.
그들이 무척 부러웠지만 나에게 그런 타고남은 없었다.
정말 오랜 시간을 삽질하듯 헤맸고, 아이를 키우며 나도 그런 눈을 키워나가고 있다.
@ unsplash
3월인 지금은 개별화교육계획을 세우는 시기이다.
아이들마다 작년 평가기록도 있지만 '지금 현재' 아이에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한다.
분명 그 땐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들이 보인다.
'받아올림 계산하는 것은 남아 있고, 대분수를 가분수로 바꾸는 것이 사라졌구나.
도형 이름을 아직 헷갈려하는구나. 이번 도형 단원 배울 때 개념부터 다시 짚어 줄 필요가 있겠다.'
간단한 문제들을 내보고 해결하게 하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보인다.
그 학년에 배울 것과 연관된 개념 중에 이렇게 아이에게 이미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파악한다.
그것이 가장 처음에 할 일이다. (물론 그 이전에 필요한 개념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야겠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그 개념을 가르쳐야 효과적일지 생각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조작과정을 통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고
말로 간단히 설명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아이에 따라서 그 영역이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나는 느린 학습자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아이들이 개념 '이해'에 충분한 시간을 소요하길 바란다.
과거 수학에게 발목잡혔던 경험에서 나오는 진심이다.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외워야 하는 수학공부를 했다.
간단하고 외울게 몇 개 없던 중학교 때 까지는
공식만 가지고도 성적이 좀 나왔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 비슷비슷한 외울 공식이 많아지니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없었고
노력해도 안되니 자존감도 떨어졌다.
의미를 모른채 외계어를 외워야 하는 것 같은 고통이었다.
@ Hands-on summer
단언한다.
느린 학습자에게 효과적인 방식은 모든 아이들이 배우기에 더 친절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다.
나는 지금도 '그냥 외워.'라는 말에 거부감이 먼저 든다.
물론 먼저 외우고 나중에 이해되는 게 더 효율적인 것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개념 이해의 과정을 거친 후 더 빠르게 계산하기 위함으로 외워야 한다.
그 과정이 없으면 곱셈을 계산할 수는 있지만
정작 물건을 여러 개 살 때 곱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과는 연결짓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 anne__summer instagram
작년부터 동료 선생님들과 느린 학습자에게
지면 중심인 교과서보다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자료를 연구중이다.
조금씩 개발된 자료들을 교실에 적용하여
아이들과 즐겁게 가르치고 배우는 경험을 하였다.
같은 방법으로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도 적용해보았다.
문장제 곱셈 문제를 풀며, "왜 이런 식이 나왔어?"라고 물으니 거침없이 설명한다.
역시 느린 학습자에게 효과적인 방식은 모든 아이들에게 효과적이다.
정리하자면, 아이의 상황을 관찰하여 해야할 목록 중에
할 만한 수준의 과제를 지루하지 않은 방법으로
배울 수 있게 하고, 가능하다면 배운 개념을 실생활과 연결지어 문제를 해결해보게 한다.
아이 개별맞춤형 교육을 하고 싶다면
아이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고 관찰하며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일까 집요하게 물어보고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