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시시비비-12>
3화. 모래시계 속 사랑은 영원을 품을 수 있을까
“사랑은, 시간이 멈추는 순간 가장 선명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거꾸로 흐르면,
사랑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다.”
사랑은 늘 시간과 함께 움직인다.
함께 흐르거나,
함께 멈추거나.
그러나 만약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사랑은 과연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
벤자민 버튼의 사랑은
시작부터 비극을 품고 있었다.
그는 젊어졌고,
그녀는 늙어갔다.
같은 방향을 향하지 못한 시간 속에서
사랑은 어긋났고,
결국 헤어짐이 사랑의 형태가 되었다.
사랑이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젊어지는 사랑은
사라지는 사랑이었다.
23살,
우리의 사랑은
풋풋하고, 아름다웠다.
친구 같은 시작,
설렘과 자유,
그리고 열정.
우리는 ‘함께’라는 말에
세상의 모든 이유를 담았다.
결혼, 아이,
그리고 수없이 많은 선택들.
그때의 나는 믿었다.
사랑은 곧 기적이며,
기적은 매일 반복되는 것이라.
하지만 기적도 지치면
설명할 수 없는 침묵을 낳는다.
아이의 웃음,
가사 분담,
지친 퇴근 후의 무표정.
우리 사이엔
언젠가부터 서로 다른 풍경이
창밖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말보다 피로가 먼저였고,
위로보다 책임이 앞섰다.
사랑은 여전히 있었지만
표현되지 못한 채
서로의 침묵 속에
가라앉고 있었다.
침묵의 시간을
누가 먼저 깨야 할까.
그 질문 앞에
나는 오래 망설였다.
결국,
내가 먼저 다가섰다.
그의 눈동자에
조용히 고인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사랑은,
소리를 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뒤늦게 알았다.
그 순간,
모래시계는 다시 뒤집혔다.
사랑은 흐름이다.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때론 멈추고,
때론 되돌리고,
때론 다시 흘러간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
서로를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세월은 흐른다.
노년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서로를 위해 슬퍼할 시간은
이틀이면 충분해.
그 이후에는
웃었던 기억만 간직하자.”
이별까지도
사랑의 일부로 수용하는 그 순간,
우리의 사랑은
모래시계 안에
영원을 품게 되었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단지, 다시 흐를 뿐이다.
사랑이 멈추는 곳에서
우리는 되묻는다.
“그때, 진심이었나요?”
그 질문의 답은
언제나 ‘지금’ 속에 있다.
사랑은 늘,
되돌아와 현재를 밝힌다.
나는 믿는다.
모래시계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멈춘 그 틈에서 온다고.
그 틈에서 우리는
다시 손을 맞잡았고,
다시 살아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랑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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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CBB-12〉 3화.
사랑은 멈추는 법을 배운 뒤에야
다시 흐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