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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함은 계속되고, 관계는 선택된다

감정과 현실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by 시선

1. 사람은 마음을 비워두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살지만, 실제로는 마음속에 늘 한 사람쯤은 품고 있다.
그 사람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든, 전 애인이든, 연예인이든, 혹은 한때 지나간 짝사랑이든.

가끔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너 요즘 좋아하는 사람 없어?”
“없어, 걍 혼자야.”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누지만, 정말 ‘완전한 무’일까?
대부분은 누군가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감정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상태일 뿐이다.
**마음은 ‘비워져 있는 상태’가 아니라, ‘업데이트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는 게 더 가깝다.

2. 더 큰 감정이 나타날 때 ‘좋아함’은 교체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가 그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처음엔 그냥 스쳐지나갔는데 자꾸 생각나.”


“이 사람을 보고 나니, 전에 품고 있던 감정은 그냥 습관이었나 싶어.”


그럴 때 우리는 말한다.
“아, 나 지금 이 사람 좋아하나 봐.”
기존의 감정은 밀려나고, 새로운 감정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건 이성적 선택이 아니라, 감정의 우선순위 변화다. 마치 메모리에 새 정보가 덮어씌워지는 것처럼.

사람은 늘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감정이 오면, 그 감정이 중심이 된다.


3. 하지만 좋아한다고 다 만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감정이 생겼다고 해서, 그 관계가 곧장 시작되지는 않는다.

상황이 애매하거나,


지금 연애가 힘든 시기거나,


상대가 복잡한 관계에 있거나,


혹은 내가 잃을 게 많다면…


그때 사람은 말한다.
“좋아하지만… 그냥 마음만 둘게.”

이건 흔한 일이다.
감정은 즉각적이지만, 관계는 현실적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이 관계에 드는 리스크가 감정보다 크다고 판단하면 멈춘다.


4. 결론: 마음은 늘 차 있고, 감정은 비교로 움직이며, 관계는 계산으로 결정된다

사람은 늘 누군가를 품고 있고, 새로운 감정은 비교를 통해 등장하며,
그 감정이 관계로 이어지는가는 현실적 조건을 따진다.

이건 냉정해 보이지만 오히려 인간적이다.


아무도 없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고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감정보다 상황이 더 큰 문제라서 안 만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좋아했지만 시작하지 않았다”는 말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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