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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 왜 아무것도 시작 안 하냐고요?”

게으른 게 아닙니다.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서죠.

by 시선


지하철 옆자리에서 들은 말

지하철에서 들었다.
“요즘 애들, 진짜 아무것도 안 하더라.”

취업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이상하다고,
답답하다고,
한숨을 쉰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그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시작이 어려운 게 아니라, 끝이 무서워서

회사에 들어간다고 끝이 아니다.
첫 회사가 마지막일 리 없고,
한 회사에 오래 다닌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다.

퇴근은 늦고,
월급은 사라지고,
일은 AI가 가져간다.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해도 될까?”라는 계산이 먼저다.

우리 세대는 무기력한 게 아니다.
계산기를 들고 사는 세대일 뿐이다.

노력의 배신을 너무 많이 겪어서

한때는 모두가 노력했다.
좋은 학교, 좋은 스펙, 좋은 회사.

하지만 돌아오는 건
번아웃, 구조조정, 깎인 희망연봉이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
이젠 너무 허망하게 들린다.

노력은 개인의 몫인데,
결과는 구조가 좌우하니까.

실패할 걸 알면서
‘그냥 시작해보라’는 말이
더 무책임하게 들린다.

결혼? 출산? 왜 해야 하죠?

결혼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 만나면, 자연스럽게 하게 돼.”
그 ‘좋은 사람’은 누구고,
같이 살아야 할 이유는 뭘까?

출산은 더 복잡하다.
아이를 낳는다는 건
미래가 불확실한 세상에
또 다른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다.

집값은 오르고,
보육은 힘들고,
커리어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게 정말
‘자연스러운 삶’인가?

요즘 애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알고 있고,
너무 많이 생각하고,
너무 많이 감당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지속 불가능한 구조
혼자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무게

이 모든 걸 아는 세대에게
‘그냥 해보라’는 말은 잔인하다.


질문을 바꿔야 할 때

"왜 아무것도 안 하냐"고 묻기 전에
"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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