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emyungdan Apr 15. 2023

용궁역에는(봄2)

우리는 모두 지나가는 기차다




텅빈 역을 벚꽃과 햇살과 바람이 꿰차고 있다

공공근로를 하는 노인 몇이서 카세트를

틀어놓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흥얼거린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이 곳이 역이라는 걸 잊을만할 때

기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서더니

슬그머니 지나쳐 버린다

아무일 아니라는 듯

벚꽃과 햇살과 바람이 다시 제자리다

풍경이 되어버린 역은 공복이다



......



케케묵은 일상을 잠시 주워 치웠는지

노인이 대집게를 톡톡 부딪치며

스스로 봄을 타 본다

토끼간빵 가게 앞에는 봄기운들의 잡담이 간혹 들리고

세월을 지그시 누르며 노인이 눈을 감는다

기차를 기다리는 간이역엔

이미자의 동백꽃이 한창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달은 지금 花력발전 중(봄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