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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myungdan Apr 15. 2023

용궁역에는(봄2)

우리는 모두 지나가는 기차다




텅빈 역을 벚꽃과 햇살과 바람이 꿰차고 있다

공공근로를 하는 노인 몇이서 카세트를

틀어놓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흥얼거린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이 곳이 역이라는 걸 잊을만할 때

기차 한 대가 천천히 들어서더니

슬그머니 지나쳐 버린다

아무일 아니라는 듯

벚꽃과 햇살과 바람이 다시 제자리다

풍경이 되어버린 역은 공복이다



......



케케묵은 일상을 잠시 주워 치웠는지

노인이 대집게를 톡톡 부딪치며

스스로 봄을 타 본다

토끼간빵 가게 앞에는 봄기운들의 잡담이 간혹 들리고

세월을 지그시 누르며 노인이 눈을 감는다

기차를 기다리는 간이역엔

이미자의 동백꽃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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