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모방의 법칙
최근에 구독하고 있던 한 경제 유튜버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있는 많은 유혹만 피해도 부자가 될 것이다.”
예전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나도 거의 한 달 가까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미뤘던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고액 강의를 수강할지 말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나는 해당 강사가 내가 배우고 싶은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강의로 돈을 버는 그냥 강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결국 강의 당일이 되어서야 듣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생각해봤다. 전문가라서 성공한 게 아니라 강의를 팔아 성공한 강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왜 혹했을까?
이걸 오늘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라는 책과 함께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인간이 모방하는 존재이며, 모방하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인식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서는 세상에 풀린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져서 전문가를 찾게 된다고 말한다.
추종하기 문화적으로 합의된 모델이나 참조할 만한 기준이 없는 혼란스러운 역사적 시기이다.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
쉽게 말하면, 현대사회는 모방할 대상이나 기준이 없어 혼란스러운 시기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모방의 대상이 멀리 있지 않았다. 대학에 가면 나보다 앞서 졸업하고 취업한 사람이 모방의 대상이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하면 앞서간 회사 선배들이 모방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눈앞의 선배가 내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아득해진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금만 눈을 돌려 SNS를 보면 화려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이렇게 모방의 대상이 내 주변 사람들에서 SNS에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양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코로나 때 주식 앱 하나 깔지 않고,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소위 '벼락거지'로 여겨졌다. 여기엔 알고리즘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하나를 검색하기 시작하면 관련된 영상이 줄줄이 추천된다. 제목은 또 얼마나 자극적인가. "이거 모르고 절대 시작하지 마세요." 이렇게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정보를 얻어보려고 여기저기 뒤지다가 결국 '전문가'를 찾기 시작한다.
한 사람이 사용 가능한 전체 지식의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그래서 우리는 헤지펀드 매니저인 레이 달리오Ray Dalio 같은 모델에게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의존한다.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
흔히 우리가 사는 세계를 '복잡계'라고 한다. 예전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복잡계'인 줄도 몰랐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얻게 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며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선택은 더욱 어려워졌다. 그래서 결국 모방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게 된다.
“ 오늘날 가치는 대부분 (대학 학위처럼) 고정되고 안정적인 지점보다 누군가를 따르는 데에 집중된다.“
“지라르는 말한다. “현대 세계는 전문가의 것이다. 그들만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 모든 것은 알맞은 전문가를 선택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
권위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보다 더 모방적이다. 전문가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몇몇 적당한 사람을 설득해 당신을 전문가라고 부르게 하는 것이다.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
어떠한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권위 있는 출처로 간주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 사람의 모든 자격을 확인하였기 때문인가? 정말 그럴까? 절대 아닐 것이다. 여기서도 '모방' 심리는 작용한다.
이건 내가 말하는 것보다 남들이 말하게 하는 편이 좋다. 몇 명이 강의를 듣고 결과를 인증하며 글을 올리기 시작하는 순간, 사람들은 강사를 ‘전문가’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 인증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게 무엇인가. 강의를 듣고 결과를 봤다는 사람이 내 모방 모델이 된다
네이버 스토어 ‘빅파워’를 달성한 곳 중에도 심심치 않게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빅파워 스토어의 홍보 영상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이 나와 제품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추천한다. 대신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이 진짜 의사인지 아닌지 알게 무엇인가.
얼마 전 '윤소정 유튜브 라이브'를 보는데 거기서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요즘 애들에게 "너는 뭘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많은 20~30대가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는 점에서 놀랐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투잡, 부업에 대해 얘기했는데 갑자기 정반대의 키워드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건 '전문가'가 숭배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모방하고 싶은 대상이 투잡, 부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분야의 '전문가'로 바뀌게 되면서 너도나도 전문가의 길을 꿈꾼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바로 수많은 작가의 등장이라고 보여진다.
단지 책 한 권을 출간했다는 이유만으로 하룻밤 사이에 ‘생산성’ 전문가가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너 자신의 이유로 살라>
어느 때보다 책을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자책 한 권에 1,000원부터 수백만 원까지. 그 분야에서 얼마나 이름을 날렸느냐와 책을 쓴 사람이 전문가인지 아닌지에 따라 책 한 권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이렇듯 전문가의 가치는 계속 높아지고 유혹이 판치는 시대가 되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정말 길러야 하는 능력은 아래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전문가의 유혹을 피하는 능력
진짜 '전문가'를 찾는 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