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의 소견
작년 양가 부모님 중 세분이 환갑을 맞이하셨다. 환갑 기념으로 여행을 갈까, 파티를 할까, 뭘 할까 고민했는데 환갑 파티를 열어드렸다. 성대하진 않지만 우리 가족, 외삼촌네 식구들까지 불러서 작은 한옥에서 환갑잔치를 열어드렸다. 용돈과 이것저것 준비 비용까지 합치니 200만 원은 들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어 이 가격이면 여행을 가는 게 낫지 않았나?라고 생각도 잠깐 했지만 너무나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그런 생각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게 작년이었는데 유독 맘에 걸리는 부분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부모님의 건강이었다. 양가 부모님 모두 자영업자이다 보니 건강검진에 내내 소홀하셨다. 엄마야 잔병치레가 많아서 늘 건강을 신경 쓰고 병원도 자주 가니 걱정은 없었지만 문제는 아빠였다. 아빠는 단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아본 적 없었다. 남들이 들으면 놀랄 정도다. 건강해서 그런 거냐 묻는데 오히려 반대다. 아빠는 병이 나올까 무서워서 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매일 소주 한 병은 기본이고, 담배도 한 번 끊은 적 없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아빠의 유일한 취미는 유튜브다.
환갑은 지났지만 건강검진을 받게 해 드리려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부모님의 건강검진까지 비용을 부담해 주거나 챙겨주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부터 열까지 어떤 항목들을 검진받으면 좋은지 직접 알아봐야 했다. 열심히 알아봤던 항목들을 이 글을 통해 공유해 보고자 한다.
유튜브를 보고, 카페를 뒤져가며 열심히 정리한 내용이지만 비전문가의 의견이니 가볍게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참고했던 영상 리스트
닥터딩요이 검진은 웬만하면 받지 마세요 l 검진 의사가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득 보다 실이 큰 건강검진 항목 l 비추검…
YTN 라디오[슬라생] "전립선 초음파 하지 마세요" 의사들은 다 아는 '생돈 날리는' 건강검진 항목들 #건강검진 #전립선…
정말 많은 영상을 봤는데 그중에서 위 두 개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제일 잘 정리된 영상이었고, 상업적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아 좋았다.
국가 무료 검진항목 중 뭐뭐를 챙기셨나 확인하기
만 40세 이상부터는 무료 또는 10% 정도의 본인 부담금으로 받을 수 있는 검사 항목들이 늘어난다.
아래 항목들은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항목이고 필수항목들이니 부모님이 스스로 챙기지 않는다면 자식이라도 나서서 꼭 잊지 않고 챙겨드려야 한다.
1. 위내시경 (수면비 별도) : 2년에 한 번 / 40세 이상
2. 변검사 : 검사 후 양성 시 대장내시경. 1년에 한 번 / 50세 이상
3. 간 초음파 : 6개월에 한 번 / 40세 이상
4. 유방 촬영술 : 2년에 한 번 / 40세 이상
5. 자궁 경부 세포 검사 : 2년에 한 번 / 20세 이상
6. 저선량 흉부 CT : 2년에 한 번 / 만 54~74세 고위험군 남녀(기준이 있으니 따로 확인필요)
7. 고지혈증 검사 : 4년에 한 번 / 남성 만 24세, 여성 만 40세부터
추가가 필요한 검사 알아보기
신체 부위별 검사 항목들이 정말 많은데 종류가 너무나 많다. 사람마다 하는 말도 너무 다르고 종류도 다양해서 필요한 항목을 추려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위내시경 : 1-2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 : 용종이 없을 경우 5년마다 추적 관찰
(여성) 유방초음파:1년에 한 번 권장
(여성) 질식초음파(골반 또는 하복부초음파라고도 불림): 1-2년에 한 번 권장
복부초음파(상복부 초음파): 1-2년에 한 번 권장
혈액검사(PSA전립선암검사, 고지혈증 검사) : 보통 50가지 혈액검사항목으로 묶어 판매. 이 두 개는 포함됨.
흉부 CT: 고위험군 남녀만 2년에 한 번 지원됨으로 추가 비용내고 확인 필요/ 1-2년에 한 번
뇌 MRA: 일상적으로 한 번쯤 받아볼 것을 권장 (머리 시한폭탄 예방)
경동맥 초음파: 술과 담배를 많이 하는 경우에 저렴한 가격으로 추천할 만 함
관상동맥석회화 CT: 검사 후 추적 필요시 주기적으로 받는 것을 추천
골밀도 검사: 비용이 저렴하니 한 번 받아볼 것을 권장
당부하 검사 : 안 받아봤으면 받아볼 것 권장
남성 전립선초음파: PSA 혈액검사가 더 유용. 항문으로 검사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 함.
심장초음파: 증상이 없다면 심근경색 확률이 낮음
갑상선 초음파: 갑상선암은 생존율이 높아 필수적이지 않음
각종 MRI: 흉부, 복부, 심장, 관절 등 불필요한 경우가 많음
엑셀로도 한 번 정리해 보았다.
* 위 기준은 모두 60세를 기준으로 정리한 거라 참고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1. 비용 대비 효율성을 고려해 필요 없는 검사는 생략할 수 있다.
특히 같은 부위에 CT와 초음파는 병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CT는 조영제가 들어가고 방사선 부담이 있으므로 보통 초음파를 먼저 찍고 그다음 CT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초음파'의 경우엔 영상의학과 선생님이 직접 실시간으로 초음파를 보면서 진단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3. 검진이 몰리는 연말보단 연초에 받는 것을 추천
직장인들은 보통 연말에 몰아서 검진을 받는다. 연말엔 의사들도 피로도가 높아서 대충 봐줄 확률이 높을 수 있다고 한다.
4. 여러 건강검진 항목을 묶어서 판매하는 패키지는 피해라
필요 없는 항목들까지 묶어서 비싸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연말이 특수이기 때문에 연초에 패키지 할인이 많이 들어간다. 만약 여러 항목 들을 한 번에 검사하고 싶다면 패키지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국가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항목들이 있는 경우 패키지 금액에서 제외시켜 주는 경우가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워낙 싸게 판매하는 거라 금액을 할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종 결정
검사 항목
부모님 모두 내시경 외엔 한 번도 사비를 들여 추가 검사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위에 정리한 필수항목과 추천항목을 모두 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병원 선택의 기준
병원 선택의 기준은 MRI/MRA기계를 보유한 병원인지, 그리고 영상의학과 선생님이 직접 초음파 검사할 때 붙어서 봐주시는지 두 개를 기준으로 선택했다. 이를 위해 집 근처 2차 병원 중에서도 규모가 있는 곳을 선택했다.
개별검사가 아닌 패키지로 진행
개별로 하면 150만 원 정도인데 마침 행사하고 있는 패키지로 묶으니 25만 원 정도 저렴해져서 인당 130만 원 선에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물론 해당 병원에선 필요 없는 검진 항목들까지 모두 포함시켜 50% 정도 저렴한 금액이라 홍보했지만 내가 선택한 항목들과 비교해서는 10-20만 원 차이일 뿐이었다.
대학병원들과도 비교해 봤는데 금액은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부모님은 내심 대학병원에서 받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지금은 많은 종목들에 대해 한 번에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택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추적 관찰할 항목이 생기면 대학병원에서 세부 검사를 받아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정정이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얼마든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