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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이 실패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책, 유난한 도전에 대한 리뷰

by Lablife

2025년 첫 책은, ‘유난한 도전’이란 책으로 시작했다. 연말에 지인들에게 2024년 재밌게 읽었던 책을 먼저 소개하면서 2024년에 재밌게 읽을 책을 추천해 달라 요청했다. 그런데 여러 명이 ‘유난한 도전’이란 책을 언급하는 것이 아닌가. 무슨 책인가? 찾아보니 토스의 성장 일기를 그린 책이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토스 이승건 대표의 강연을 본 적 있다. 인상 깊을 만큼 차가운 강연이었다. 창업 새내기와 함께한 그 강연에서 이승건 대표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내가 만든 회사는 남들보다 복지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회사에 다니는 직원은 대출을 받지 못할 겁니다. 사업을 하면 최소 몇 년은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지 못합니다. 아이가 크는 것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고소할 것입니다. 의사 결정을 잘못 내립니다. 그것도 여러 번. 그러다 보면 직원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받고 나를 계속 증명해 보여야 할 일들이 생겨납니다.


현실적이고 냉철한 강의가 인상적이었는데 회사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는 책도 썼다니! 흥미가 생겨 바로 읽어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처음에는 부러움이었다. 나는 왜 저런 환경에서 일할 생각을 못했을까? 하지만 책장을 덮을 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과연 저 사람들이었다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막연히 사업을 하고 싶다는 내 생각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 아니었을까? 사장이란 자리는 저렇게 불안하고 외로운 자리인데? 그렇지만 가슴 한 구석에 작은 불씨가 타올랐다. 여전히 나는 내가 갇힌 이 새장을 깨보고 싶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성장, 실패. 이 두 가지에 대해서만 이 책에 인상 깊었던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실패를 실패로 두면 더 고통스러운 이유


2년 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실패들을 경험해 왔다.그리고 이젠 더 이상 실패할 여력도 남지 않았는지 무기력해졌다. 남편은 내게 왜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 거냐고 뭐라 했지만 나는 그런 남편이 야속했다. 실패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뼈아프다. 그래서 또 시도하는걸 주저하게 된다. 내가 수많은 도전을 했다는 사실보다, 실패했다는 사실이 더 뼈아프다. 근데 이 책을 보고 내가 실패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건 아직 성공해보지 못해서라는 것을 깨달았다. 실패에 안주해선 안된다 말하는 무수한 책을 읽었지만 이처럼 와닿는 문장은 없었다.


첫 번째 사업인 울라블라의 실패를 인정하고 서비스를 접기 까기 1년 개월이 걸렸다. 자본금 5000만 원짜리 비바리퍼블리카는 인건비를 포함해 이 앱에 2억 2000만 원을 썼다. 개발 과정에서 팀원이 8명까지 늘어났지만 이태양 외에 모두 떠났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 마음껏 하게 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침묵 속에서 짐을 쌌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실패라는 결과는 고통스러워서,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희망에 부풀어 일했던 기억마저 지워버렸다.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주는 장사꾼이야. 그래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 이렇게 모였고 슬프게 끝내고 싶지 않으니까.



작게 실패하고 계속 실패한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토스는, 가설에서 시작한 서비스였다.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고 가설에 대해 광고를 돌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가로 먼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아이디어에 대한 사업성을 판단했다. '린 스타트업',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은 "작고 빠르게 실패하라"에 관한 책인데 토스가 전형적으로 이런 방식을 따랐다는 것을 것을 책을 보며 이해할 수 있었다.


1년 넘게 2억 원을 써서 8명이 ‘울라블라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단 이틀 만에 1만 원으로 ‘사람들은 간편한 송금 서비스를 원한다’는 가설을 간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천천히 하나씩 시도할 여유가 없으니, 모두 다 빠르게 실험해 보자는 뜻에서 ‘다다다다’라고 이름 붙였다. 그렇게 토스는 1년 동안 41개 서비를 론칭했다. 절반이 넘는 26가지는 얼마 못 가 문을 닫았다.
정승진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제품인데, 리팩토링(확장하기 좋은 구조로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은 지옥에서나 하라”고 말해버렸다.


재밌게도 기업가치 10조에 가깝다는 토스는 아직도 이런 시도를 한다. 지금도 토스 앱에 들어가면 있지도 않은 서비스에 대해 마치 이미 있는 것처럼 배너 광고를 띄운다. 그리고 배너를 눌러 진입하면 갑자기 구글 폼이 뜬다.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 기획단계이지만 서비스가 준비되면 알려드릴 테니 알림을 설정하세요”라고 얘기한다. 전혀 대기업이 일하는 방식 같지 않다. 그래서 재밌다. 그들은 아직도 ‘저렴한’ 실패를 시도한다. 하물며 대기업도 이렇게 하는데 작은 기업이라고 못할 것이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성장하는가?

토스에 모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재밌는 일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LG유플러스를 인수할 때의 일이었다. 스타트업에 대기업을 인수하는 건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 합병 과정에서 LG에 있던 사람들은 LG에 남을지, 토스로 이적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때 LG에서 토스로 넘어온 직원은 딱 2명뿐이었다고 한다. 나머지는 LG에 남는 것을 택했다. 이때 LG직원들에게서 정말 많은 질문이 토스로 들어왔다고 한다.


처우는 어떤지, 스톡옵션은 받을 수 있는지…


토스란 회사에 대한 질문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잃고 뛰어들 만큼 처우가 괜찮은지에 대한 문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다. 안정적인 직장을 택해 LG에 들어왔는데 그걸 버리고 갈 수 있을까?


나도 어느덧 첫 회사인 지금 직장에서 8년 차에 접어들었다. 내 주변에 남은 이들은 이제 퇴사랑은 거리가 멀어졌다. 3년 차 즈음일 때 퇴사할 사람들은 다 퇴사하고 이제 동기는 몇 명만 남은 상황이다.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사람대로 불안하다. 생존 능력이 떨어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점심에 커피를 먹으려고 모이기만 하면 퇴사에 대한 주재로 시작해 끝나곤 한다. 그런데 토스의 사람들은 달랐다. 책의 마무리에 이런 일화가 나온다.


토스팀에서 크고 작은 성공을 만들어온 동료들이 하나둘 떠났다. 떠나는 이들에게는 각자의 이유가 있었지만 “이제는 토스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 공통의 이유였다.
“토스는 저 같은 멀티플레이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이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정도가 크지는 않겠다 싶었죠.”


기여도.

내가 회사에 있음으로 해서 회사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느냐, 아니냐가 회사 퇴사의 기준이었다.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아닌 규모가 작은 기업일 수밖에 없다. 결국 토스의 창업 멤버들은 더 작은 회사, 도전이 필요하고 내 역량을 더 많이 펼칠 수 있는 회사로 계속 회사를 옮겨 다녔다. 그 점이 정말 인상 깊었다.




내일 회사에 출근하면 벌써 올해 2번째 주의 출근이 시작된다. 올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회사를 다닐지, 그리고 또 어떤 실패를 하며 성장해 나갈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렸다. 다만 올해는 작년과 다를 거라는 거. 더 많이 실패할거라는 거. 그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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