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몸으로 표현하는 남자를 만나면
아침저녁 흥이 가득해 춤을 춰대는 남자.
나의 남편의 모습이다.
반면 나는 아침마다 저기압이다.
잠에서 깨도 한참을 침대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남편이 날 깨우는 데 성공하면 일찍 출근하고,
실패하면 늦게 출근한다.
그래서 내 출근 시간은 늘 제멋대로다.
남편을 이겨낸 날과 이겨내지 못한 날의 차이다.
"아, 오늘 정말 막살았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고,
빨리 퇴근해서 할 거 해야지."
이렇게 다짐하며 잠들어도,
아침이 되면 어제의 나는 온데간데없다.
반면, 남편은 정확히 5시 30분에
알람이 울리자마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전날 내가 "같이 일어나서 출근할 수 있게 깨워달라"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에,
그는 머리를 말리는 틈틈이 날 깨우러 온다.
학창 시절엔 엄마가 그렇게 날 깨우기 위해 애썼는데,
이제는 남편이 그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간신히 일어나
남편과 함께 출근해 볼까 싶어 옆에서 준비하고 있으면,
남편이 엉덩이 춤을 추며 내 주변을 맴돈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잔뜩 잠긴 목소리로 물으면,
남편은 춤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한다.
"몰라! 그냥 좋은데?"
아침만 그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저녁에도 현관문을 열자마자
춤을 추며 들어온다.
예정된 시간보다 20분쯤 늦게 오는 날은,
코인노래방을 다녀온 날이다.
남편과의 인연이 8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그의 하이텐션에 익숙해진 건 결혼 후부터다.
이제 겨우 2년 남짓.
처음엔 신선하고 신기했는데,
이젠 나도 많이 익숙해졌는지
옆에서 같이 엉덩이를 흔들고 있다.
항상 텐션이 높은 남자의 장점은,
기분이 나쁜 날을 바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그의 분위기를 눈치채고
행동을 조심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엉덩이 춤을 추지 않고 집에 들어온다면,
그날은 필히 기분이 안 좋은 날이다.
"무슨 일 있어?"
물으면 가장 먼저 돌아오는 답은,
"아무 일도 아니야."
남편은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처음엔 그런 남편이 답답해서
계속 쫓아다니며 캐물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얘기해 줄 때까지 기다린다.
보통 씻고 게임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다가,
침대에 누워 잠들기 직전에야
그날 있었던 불편한 일을 털어놓는다.
남편에게만큼은 T인 나도,
그 순간만큼은 F의 마음으로
위로를 건네려 노력한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엉덩이 춤을 추는 남편을 발견한다.
아마 내가 그의 ‘당나귀 귀’였던 모양이다.
늘 하이텐션인 남편이 하루라도 우울해하면,
나는 간과 쓸개를 따 빼주고서라도
그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어진다.
내가 길들여진 듯싶다.
엉덩이 춤은 이토록 치밀하고 무섭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저렇게 항상 기분이 좋았던 적이 없는데,
요즘은 자꾸 여러 가지 생각으로
우울함의 늪에 빠져드는데,
남편은 그런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서 봤는데,
행복을 느끼는 빈도는 유전에 달렸다나?
그의 유전자가 문득 부러워지면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당신에게
나의 우울함이 전달되지 않게,
나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그리고 또 오늘 주어진 삶을
만끽하며 살아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