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엔 뭐라도 되어있을 줄 알았지
33살의 3월. 3월의 첫 근무날. 회사에서의 내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항상 맛있게 그릇을 뚝딱 비우는 회사밥이지만 오늘은 1/3도 채 먹지 못하고 숟가락을 놓았다. 사실 이날은 아침부터도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내 마음을 지배하는 어떠한 감정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 정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지만 알고 있는 그 단어. 바로 "부러움과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이 이유도 알고 있었다.
전 날, 나는 친구의 집에 집들이차 방문했다. 나의 둘 도 없는 친구였는데 결혼 후 처음으로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해주었다. 감사하게도 친구는 밖에서도 먹을 수 없는 정말 맛있는 음식들로 친구들을 반겨주었다. 이런 심성이 고운 친구였기에 스스로의 사업도 잘해나갔다. 대학 졸업 후 친구들이 취업 전선에 뛰어들 때에도 사업부터 시작한 친구였는데 어느새 이 친구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자신의 일을 재밌게 해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번 돈으로 꾸미 집은 친구들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채우고 있는 명품 가구와 가전들이 우릴 놀라게 했다. 인테리어 비용보다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가구의 가격이 딱 봐도 더 비싼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항상 좋아하는 것이 뭔지 제대로 알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던 친구는 어느새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로 좋아하는 것들을 수집하며 하루하루 정말 행복하다고 얘기했다. 오랫동안 고생했던 친구였기에 그런 친구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게 느껴졌고 응원해 마지않았다. 정말 그랬다. 그 친구의 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고 이제 책상에 앉아 최근하고 있는 개인 사업 기획을 시작하는데 나도 모르게 조급함이 밀려들었다. 친구의 명품 냉장고가 눈에 아른거렸다. 일을 하며 즐겁다 반짝이는 눈이 기억났다.
어느 순간 나는 "재밌으면서도 조금 더 빨리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연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날 발견했다. 심지어 나는 한 번도 관심도 없던 영역인데 갑자기 친구의 사업이 더 좋아 보였다.
노트북을 탁! 덮었다.
"나 진짜 갈 데 까지 갔네... 정신 차려"를 속으로 외치고 속 시끄러운 마음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도 그 여파가 끊이지 않고 날 괴롭혔다. 회사에서 밥을 남긴 적은 처음이었다. 자괴감, 부끄러움, 조급함, 두려움 등.. 이 모든 것이 한 데 뒤엉켰다. 사람이 괴로움에 곡기를 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하늘은 내 편이었다.
오늘은 3개월 전에 예약해 둔 윤소정의 뷰클런즈에 인사이드룸에 방문하는 날이었다.
회사 퇴근길, 윤소정 님의 생각을 모아둔 방에 입장했을 때, 나는 눈물을 쏟았다. 왜인지 모르겠다. 그저 눈물이 나왔다. 나에 대한 부끄러움. 막막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 가족에 대한 미안함... 아마 그런 것들,
정신을 다잡고 윤소정의 생각구독 책자를 하나하나 펴서 읽어보고, 그녀가 걸어왔던 길들을 보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33살 때 그녀도 똑같았구나. 사업을 오래 해도 계속 흔들리고 계속 넘어졌구나."
방 안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내가 나 스스로를 아껴주지 않음에 미안했다. 그리고 감사함을 놓쳤음을 깨달았다. 감사한 마음이 사라지면 내가 처한 환경이 모두 다 밉게 느껴진다. 의욕도 사라진다. 조급하고 두렵다는 건 지금 가진 것들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무언가 나를 인도해 준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방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났을 것이리라. 응원을 받는 느낌이었다.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너 자신을 좀 믿어봐"
지난 시기 참 많이 방황했고 속으로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
또 다시 스스로의 욕심에 무너질 뻔했지만 다시 이렇게 일어날 용기를 얻었다.
온 우주가 돕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33살의 3월은 아직 너무나 찬란하다.
그리고, 나처럼 속 시끄러운 33살이 있다면 그대들의 33살의 3월이 봄날처럼 따뜻하길 속으로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