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강제 서평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사실 반 강제적으로 쓰게 된 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친한 동료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그 동료가 독서모임 후 이렇게 반 강제적인 숙제를 주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흐흐
친한 동료 둘과 함께 우리 셋은 매달 1번 1권의 책으로 독서 모임을 한다. 매달 같이 투자를 공부했던 친구 셋은 나이도, 살던 곳도, 살아온 환경도 모두 달랐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참 잘 맞았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민을 했고 (연애, 결혼, 아이, 다이어트, 운동, 건강, 내 집마련, 직장, 사업.. ) 연애부터 결혼하는 과정, 그리고 출산까지 모두 지켜봤다. 한 동료의 출산으로 잠깐 모임을 쉬기도 했지만 5개월 전부터 출산한 동료의 제안으로 다시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 내 과거의 행적과 부끄러움에 대한 고백, 그리고 그 당시 갖고 있었던 고민들까지... 오래 알아왔던 내 친구들보다 나의 민낯, 내 속에 있는 생각들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처음 투자 공부를 할 땐 독서모임 단골 책은 동기부여, 자기 계발 서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읽는 책의 스펙트럼이 너무 좁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조금 더 재밌는 책들을 골라 읽어보기로 했다.
4월 - 기가 막히게 좋은 것
3월 -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
2월 - 새컨드 브레인
1월 - 채식주의자
12월 - 클루지
나이가 들어가며 관심사가 달라지고 그때마다 읽는 책도 이렇게 달라지는 점이 신기하다. 이 책을 추천하고 글까지 써보라고 제안했던 사람은 한 아이의 엄마이자 둘째를 뱃속에 임신한 동료이다. 나는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바빠 하루하루 퇴근 후 늘어지기 바쁜데, 임신한 동료가 이렇게까지 제안하다니.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동료가 추천해 준 이 책은, 한 50대 여행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일상 에세이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 기쁨을 찾아내는 방법에 대해 담은 책이다.
인간은 행복해서만 노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노래해서 행복한 것이지요.
SNS 속에서 참 많은 하루하루를 비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참 많이 접하게 되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 사람은 매일 행복하고 특별해 보일까?"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피드를 올리는 것이 SNS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망각하게 된다. 그 사람의 일상이 항상 특별하고 행복할 것이라는 부러움을 지울 수 없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행복한 것이라고 관성처럼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SNS에 올릴만한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행복한 것,
좋은 숙소를 가야 행복한 것,
특별한 곳으로 여행을 가야 행복한 것.
이라고 믿고 있었다.
근데 이 책에서는 그 과정으로 향해 과는 여정이 행복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 자신을 위해 정성스러운 음식을 준비하는 것, 소중한 사람에게 소소하지만 행복한 하루를 선사해 주는 것. 사실 이런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자세를 갖지 않으면 어렵다. 그래서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감사는 지능"이라고. 삶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여기 있음을 아는 것. 그게 삶을 살아가는 현명한 지혜라는 것을 요즘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인생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고,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살다 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인생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인생에도, 일에도 기대를 하지 말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서운함과 실망감은 잘될 것이라고,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요. 인생은 불행히, 사업은 실패가 기본값입니다.
난 이 구절이 너무나 공감 갔다. 너무 큰 기대감은 하루를 망친다. 오늘은 뭔가 하나라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에 차서 하루를 시작하는데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울 때면 우울함이 극에 달한다. 그래서 요즘 결정한 것이 하나 있다.
'어차피 내 수준에선 큰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그냥 해보자'
기대에 가득 차면 시작을 못한다. 그래서 늘 기대감을 반쯤 내려놓고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 낫다. 시도해서 안돼도 좋으니 망하더라도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이 차라리 훨씬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걸 요즘 깨닫고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긍정과 기대는 이렇게 의미하는 바가 확연히 다르다. 긍정이란, 현재 나의 상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나 공부를 시작할 때 내 수준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조건 잘하려고만 하면 시작이 안된다. 기대감 때문이다. 초장부터 잘할 수 없는데 이미 잘한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과 같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시작을 못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지금 내 시점을 이해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그저 딱 '한 발자국'내딛는 것이다.
태어날 때, 걷기 시작하는 것, 말하기 시작하는 것, 어제보다 새로운 행동을 하나 더 해서 칭찬받았던 그 과거를 너무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 진서연이 세바시에 나와했던 그 말처럼 우리는 우리 자신을 기대감보다는 그 자체로 사랑스러운 존재로 봐주어야 한다. 바로 "엄마의 마음"처럼.
이 책을 읽다보면 엄마의 마음으로 자신을 돌보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작가의 일상, 삶을 대하는 태도는 높은 자존감으로 자신을 아껴가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기가 막히게 좋은 것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오늘,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 속에 숨어있다.
이 책은 일상의 행복을 찾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는 한줄기 빛 같은 책이었다. 좋은 책을 추천해 주고 이렇게 글을 쓰라고 응원해 준 동료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