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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기로 결심하다.

연애 6년, 결혼 2년 만에 내린 결심

by Lablife

요즘 남편과 아기를 갖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올 초부터 술도 끊고, 산부인과 가서 미리 검사도 받아봤다.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엔 오랜 결심이 필요했다.


작년 남편과 여행을 떠날 때, 그때 여행의 목적은 하나였다. 우리가 애를 갖을지 말지 고민해 보는 것. 사실 나만 고민하는 시간이긴 했다. 남편은 늘 아기를 갖고 싶어 했지만 나에게 모든 선택권을 맡겼다


나는 아기를 꼭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았다. 나는 인간의 삶은 고통이 Default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삶을 자식에게 물려줄 자신이 없었다.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찾고 감사하는 능력이 나는 특히 더 부족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았다.

“한국 사회, 경쟁 사회, 이런 곳에서 어떻게 아기를 낳아?..” 나를 원망할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만큼 괴로운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행할 때 찾아오는 자유로움을 느낄 때 간간히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찾아오고 이땐 이런 세상, 나의 자식도 한 번 누려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곤 했다. 하지만 정말 잠깐 드는 생각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기를 갖기로 결심한 건 세바시에서 소아정신과 의사인 지나영 님의 영상을 본 것 때문이었다. 그 소아정신과 의사는 난임 때문에 속상해하며 자신의 엄마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엄마, 난 아기 정말 잘 키울 자신 있는데 왜 아기는 나에게 찾아오지 않을까?”

그러자 그 엄마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자식은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낳는 거야.”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은 딱 2개라고 한다. 사랑과 두려움.

감사함, 행복, 기쁨은 사랑의 감정에서 기인하고, 질투, 분노, 조급함과 같은 감정은 두려움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가장 크고 원초적인 감정, 사랑이라는 감정을 안겨주는 그 존재가 자식이라는 것.


나는, 결국 아이를 가짐으로써 딸려오는 두려움에 대한 감정보다 사랑의 감정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온전히 나를 위해, 내가 그 감정을 앞으로 살아가는 순간 더 많이 느끼기 위해 낳는다는 것. 그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아기를 가진다는 건 온전히 부모를 위해서구나.... 이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극단적으로 나의 자식은 이 경쟁사회를 살아가며 이런 힘든 세상에 자길 태어나게 한 존재인 우리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먼 미래에 나는 그것 때문에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머니의 말처럼.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해 주려고 낳는다는 그 말처럼. 온전히 나를 위해, 내 행복을 위해 한 결정이므로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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