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다

조급함과 불안함

by Lablife

연애 6년

결혼 2년 차


남편과 나는 이제 서로를 알아간 지 8년이 다 되어 간다. 결혼을 할 때, 남편과 아이를 하나는 갖자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시점 신혼을 즐긴 뒤, 애기를 갖기로 결심했다. 그 마음을 먹은 것이 작년 5월. 남편과 여행을 하며 아이를 정말 가질지 말지, 만약 가진다면 언제 가지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출산 시점까지 정했다.


"1월 생이 좋다니까 26년 1월 생으로 낳는 것으로 하자.


" 아냐, 그러다가 12월 생으로 태어나면 어떻게 해,


" 아 그러면 2월 생으로 계획해야겠다. 안정적으로


그리고 남편과 나는 임신 시도 5개월 전인 24년 12월 31일부터 술을 끊었다. 술 좋아하는 우리 부부가 회식자리에서 술을 먹지 않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임신 준비 하냐는 질문을 듣게 되었고, "그렇다" 대답했다.

내 옆에 앉은 여자 부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얘기했다.


"원래 한 번에 안 생기는 거 알죠?"


그땐 그 말이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둘 다 보건소에서 검사할 때, 건강상 아이를 낳기에 이상이 없는 걸로 나왔기

때문에 쉽게 아이가 가져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해준 그 조언이 얼마나 감사한 줄 모른다.


그리고 5개월 뒤 마침내 준비하고 배란 테스트기를 비롯하여 이것저것 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모았다.

생리가 터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남편과 나 둘 다 기대감에 부풀어

조금 더 민감하다는 임신 테스트기를 서로 구매했다.


남편은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나는 쿠팡으로,


하지만 결과는?

선명한 한 줄.


생리가 시작될 땐, 착상혈인가? 하는 착각도 했다.


하지만 정말 생리가 시작되자 그제야 기대하는 마음을 접었다. 첫 시도에 한 번에 아기가 가져질 거라 생각했던 우리 둘에게 적잖은 충격이 몰려왔다. 그리고 남편과 나 둘 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산부인과에 가서 날짜를 받아와 볼까? 하는 생각이었고, 나는 한 발 더 나아가 '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볼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주변에 얘기하자 기겁하며 어떻게 첫 시도만에 그런 생각을 하냐,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라 얘기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회사가 바빠

임신 기간 단축 근무인 6시간 근무를 하고 싶다는 이유

남편보다 내가 더 조급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난 삼아 '왜 나에게 6시간 근무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라고 얘기하면

남편은 '우리 아기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에게 효도하고 태어나는 거네'라고 얘기했지만

나조차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싫어졌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기를 갖는 게 맞는지조차

요즘은 스스로에게 의심이 들었다.


천천히 기다리면, 때가 되면 그렇게 찾아오게 될 아이를

기회와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애기를 갖기 위해 시도하는 3개월 차,

준비 없이 찾아온 임신이 예전엔 불행해 보였다면

지금은 축복처럼 보인다.


세상에 쉽게 찾아오는 생명은 없다.

그 사실을 깨닫게 해 주려고 조금 더 우리 부부에겐 천천히 찾아오고 있나 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이를 갖기로 결심하다.